북한과 중국의 관계가 삐걱거리고 있다. 중국이 북한의 핵 및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힌데다 북한이 제3차 핵 실험을 강행하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방중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뜻을 전한 것은 사실상 북중 갈등이 표면화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중국의 대북 정책 나아가 대 한반도 정책의 균형점이 이동하며 동북아 정세의 급변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국이 북한에 거리를 두려는 신호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무엇보다 시진핑(習近平) 총서기 등 중국 지도부가 이전과 달리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해치는 핵 개발과 대량살상무기 확산, 나아가 군사적 도발 등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한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중국은 북한이 두 차례 핵 실험을 했을 때도 북한을 편들며 국제사회의 비난을 감수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북한이 장거리 로켓 은하3호를 이용해 광명성3호 2호기 위성을 발사하면서 미묘한 균열이 생겼다. 당시 시 총서기는 자신의 첫 특사인 리젠궈(李建國) 중앙정치국 위원을 김 제1위원장에게 보내 친서를 전달했지만 북한이 다음날 돌연 장거리 로켓 발사 계획을 밝혀 크게 당황했다는 게 외교가의 후문이다. 북한의 발사 계획 발표가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 더구나 막 출범한 시 총서기 체제에 상당한 결례가 됐다는 것이다.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자 중국이 이전과 달리 곧바로 유감을 표명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란 설명이다.
중국이 입장을 바꿔 23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추가 결의안에 찬성한 것도 북중 관계의 심상치 않은 기류 변화를 뒷받침한다. 북한이 이날 유엔 결의와 관련, 비핵화 포기와 6자 회담의 사멸을 선언하며 반발했지만 시 총서기가 곧바로 "비핵화는 한반도 안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며 6자 회담도 빨리 재개돼야 한다"고 반박한 것은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엇박자다.
광둥(廣東)성 선전위성TV가 19일 중견 언론인 2명을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김 제1위원장이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과 닮아 보이도록 성형수술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 것도 예전 같았으면 방송 자체가 불가능했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북한이 "무책임한 왜곡보도"라고 강하게 항의하고 관영 신화통신이 성형수술설이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이 보도는 양국 관계의 이상을 보여주는 사례로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북한의 3차 핵 실험을 막기 위해 김 제1위원장의 방중 거부 카드를 꺼냈다면 중국의 한반도 정책 나아가 동북아 정세가 질적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고 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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