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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은 간 데 없고 빛 좋은 개살구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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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은 간 데 없고 빛 좋은 개살구 전락?

입력
2013.01.2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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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도서관을 표방한 대구 수성구 범어도서관이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위기에 처했다. 수성구가 명품 도서관으로 운영하겠다던 범어도서관은 2년 여 동안이나 흉물로 방치되다 우여곡절 끝에 공사를 재개했지만, 준공을 코앞에 두고 명품은 간 데 없이 평범한 동네 도서관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수성구는 구체적인 도서관 운영 방향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수성구 등에 따르면 올 3월 개관을 목표로 지난해 9월 공사를 재개한 수성구 범어동 범어도서관은 내달 말쯤 공사가 마무리 되지만 실상은 명품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대구 최고의 요지에 최신 하드웨어를 갖추게 됐지만, 기본적인 도서관 운영 방향 설정과 프로그램 등 소프트웨어는 백지상태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특히 기대를 모았던 국제교육원이 대폭 출소될 것으로 알려져 지역민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수성구는 지난해 9월 공사를 재개하면서 1~3층은 시청각실과 어린이도서관, 종합자료실, 멀티미디어실 등을, 4, 5층에는 지역 학생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영어를 배울 수 있는 국제교육원을 만들겠다고 대대적인 홍보를 해 왔다. 하지만 국제교육원은 4층 일부에 '글로벌존'으로 이름만 남게 됐다. 나머지 공간에 청소년상담센터와 창의체험센터, 강의실, 재단사무실 등 명품도서관과 거리가 먼 시설을 배치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아동·청소년·여성·장애인·노인 등 이용계층별 특성에 적합한 프로그램을 개발, 시민들이 책과 쉽게 만날 수 있는 생활 속의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하겠다고 한 것도 지금까지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당초 계획과 달리 3월로 예정된 개관을 7월로 4개월이나 연기해 지역민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수성구 관계자는 "아직까지 도서관 운영의 기본 방향과 구체적 운영계획은 전혀 없다"며 "4개월간 시범운영을 해 보고 미비점을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주민들을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박모(43ㆍ주부)씨는 "사는 집 근처에 명품 도서관이 들어선다고 해 잔뜩 기대를 했는데, 개관이 하염없이 미뤄지더니 이젠 그냥 평범한 '동네도서관'이 된다고 하니 어이가 없다"며 "왕복 10차로 대로변 금싸라기 땅에다가 무슨 짓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성토했다.

범어도서관은 지난 2005년 두산위브더제니스 시행사인 ㈜해피하제가 사업승인 조건으로 250억원을 들여 연면적 6,896㎡(2,000여평) 크기의 도서관을 지어 2009년 수성구에 기부채납하기로 했으나 시행사의 자금난으로 2010년 7월 공정률 85%에서 공사가 중단됐고, 보증회사인 두산건설과 줄다리기 끝에 지난해 9월 수성구가 기자재 일부(13억원)를 부담하는 조건으로 공사가 재개됐다.

[인터뷰] 조명희대구 동부도서관 문헌정보과장

"범어도서관은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만들어야"

김강석기자

"사람과 책, 서가가 함께 어우러지는 복합문화예술의 공간으로 구성되어야 합니다."

조명희(55) 대구 동부도서관 문헌정보과장은 "범어도서관은 스마트 통합시스템을 도입해 카드 하나로 대구지역 17개 도서관 전체를 공유할 수 있는 표준화 시스템으로 가야 된다"며 "자연조명을 최대한 활용해 도서관에서 힐링을 할 수 있게 하는 등 효율적인 운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범어도서관이 대구 최고의 요지에 위치했기 때문에 공부방이나 독서실 같은 형태는 곤란하다"며 "작은 공간 하나도 알차게 활용, 다양한 콘텐츠를 도입해 대구 시민 전체가 공유하는 예술문화공간의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범어도서관의 지향점으로 "책을 쉽게 만날 수 있는 도서관, 생활 속의 프로그램으로 시민이 찾아오는 도서관의 그림을 그려야 한다"며 "어린이, 청소년 시설은 자연 색상을 조화롭게 접목해 항상 밝은 쪽으로 배치하는 등 세심하게 운영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강석기자 kimksu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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