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특위의 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됨으로써 이 후보자는 낙마 위기에 몰렸다. 이로써 이 후보자를 지명한 이명박 대통령이 정치적 상처를 입게 됐고, 지명 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도 부담을 안게 됐다. 반면 대선 패배 이후 존재감이 사라졌던 민주통합당은 어느 정도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24일 국회 인사청문특위 회의 자체가 무산되고 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된 표면적 이유는 이 후보자의 적격ㆍ부적격에 대한 여야 간 입장 차이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이 후보자에 대한 적격 의견과 부적격 의견을 모두 기재한 보고서를 채택하자고 주장한 반면 민주당은 부적격 의견만을 기재하자고 주장하는 바람에 합의가 결렬됐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당내에서 임명동의 반대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본회의 통과 전망이 불투명하자 회의 자체를 보이콧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더구나 청문위원 13명 가운데 새누리당이 7명으로 수적 우세를 점하고 있지만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이 임명동의에 반대하고 있어서 인사청문특위 표결 승리도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민주당도 김 의원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표결을 강행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후문이다.
여야는 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된 뒤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인사청문특위 새누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은 것은 사상 처음이고, 국회법 절차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이 후보자에 대해 "헛소문에 의해 피해 받은 사람으로, 자진 사퇴를 시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맞서 민주당 간사인 최재천 의원은 "새누리당이 의지를 갖고 있다면 청문특위를 열어 청문보고서를 채택해 본회의로 올리자고 고집했을 것"이라며 "오히려 '야당의 국회법 위반'이라는 핑계를 대고 있다"고 반박했다.
"좌파언론 등 이동흡 왜곡" 새누리 나성린 발언 논란
한편 새누리당 정책위부의장인 나성린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후보자에 대해 "국민의 눈높이에서 보면 문제가 많아 보인다"면서도 "국민의 눈높이라는 게 좌파언론과 법원공무원 노조 등에 의해서 왜곡된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지적해 논란이 일었다. 나 의원은 "이 후보자에 대한 의혹 34개 가운데 6개가 사실로 밝혀졌고 이것들도 결정적 하자는 아니지만, 이미 국민에게는 이 후보자가 굉장히 부정적으로 각인돼 버렸다"면서 "야당과 좌파 진영의 전략에 그대로 밀려 낙마시킨다면 나름대로 신념을 지닌 보수적인 사람은 아무도 내정할 수 없다는 문제가 생긴다"고 덧붙였다.
김정곤기자 jk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