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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노량진 노점상 철거 당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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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노량진 노점상 철거 당하고

입력
2013.01.24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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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그릇에 2,500원하는 컵밥 팔아서 매일 돌아오는 일수 막기도 벅찬데 이렇게 철거를 하면 죽으란 소리 아닌가요."

24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 학원가 골목 입구에서 만난 노점상 김모(45)씨는 울분을 토했다. 전날 새벽 동작구청의 강제정비로 인해 폐허가 된 노점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앉은 김씨는 식어가는 어묵 한 그릇으로 추위를 달래며 '삶의 터전'을 지키고 있었다. 김씨는 "자리 비웠을 때 구청이 화분이라도 놔 버리면 다시는 못 돌아올 것 아니냐"며 "절대로 못 비킨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작구청이 지난해 4월에 이어 9개 여월 만에 노량진 학원가의 컵밥 노점 등 5군데에 대한 강제정비에 나서면서 노점상과 인근 상인들 간의 '컵밥 전쟁'이 재점화 하고 있다. 노점들이 달랑 2,500원에 김치볶음밥부터 오므라이스까지 다양한 메뉴를 컵에 담아 팔기 시작한 것은 약 4년 전. 고단한 주머니 사정과 포장마차에 서서 10분이면 먹을 수 있는 간편함 때문에 고시생들이 컵밥 노점에 몰려들면서 인근 음식점주들과 노점상인들간의 악연은 시작됐다.

인근 상가 주인들은 길 바닥에 나 앉은 노점상들 못지 않게 '생존권 사수'를 외치며 구청 측에 노점상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강제정비 된 노점상과 같은 골목에 자리잡은 한 음식점 주인은 이날"월세도 빠듯한데 컵밥 노점에 손님 다 뺏기고 가게 문 닫을 판"이라며 "도로를 점령하고, 세금도 안 내고, 맨날 현금 장사하는 노점은 당연히 철거돼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특히 동작구청이 올 1월부터 시행하기로 한 노량진 학원가 일대의 '명품거리' 조성사업이 예산 부족으로 중단되면서 노점상 철거를 기대했던 인근 상인들의 항의 목소리는 더 높아졌다. 동작구 관계자는 "한동안 민원이 뜸했는데 최근 들어서 당장 철거 하라는 욕설 섞인 전화나 서면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며 "3주전에는 상가 주인 2명이 직접 찾아와 항의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동작구청은 현재 노량진 학원가에 있는 50여 군데의 노점상에 '31일까지 자진정비 하라'는 공문을 전달한 상태다. 구청 건설관리과 관계자는 "상가 주인들이 정당한 민원을 제기해 집행을 안 할 수가 없다"며 "노점상들에게 최대한 자진정비를 권하겠지만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순차적으로 강제정비에 나설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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