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당선인이 공약으로 내세운 기초연금은 서구 선진국들이 오래 전 도입한 제도다. 하지만 이 나라들은 이제 기초연금을 폐지ㆍ축소하고 있다. 인구고령화 저출산 저성장으로 인한 재정악화를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복지국가의 대명사로 불리며 일정 기간 동안 자국에 거주한 외국인에게도 기초연금을 지급했던 스웨덴과 노르웨이도 재정 위기를 피해가지 못했다. 1947년 기초연금을 도입한 스웨덴은 1998년 이를 폐지하고 최저보증연금제도를 도입했다. 소득이 적어 연금도 적게 받는 집단에 대해서만 최소생계비에서 모자라는 차액만큼 국가가 세금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이밖의 집단은 따로 기초연금을 받지 않고 소득에 비례해 받는 연금으로 노후생활을 한다. 노르웨이도 이와 비슷하게 2011년부터 1963년 이후 출생자에 대해 기초연금을 폐지하고 저소득층에만 최저보증연금제도를 도입했다.
핀란드 역시 기초연금 수급자가 대폭 축소됐다. 1993~4년 65세 이상의 95%에게 기초연금을 전액(최고 상한액) 지급했지만 2004년에는 8%만 전액을 받고 이에 못 미치는 부분연금을 받는 수급자까지 모두 합쳐야 50%(2011년 기준)다. 핀란드는 기초연금 수급자 비율을 점차 줄이는 대신 최저소득보장 등 저소득층의 소득수준을 높이는 방향의 제도로 중심축을 바꾸고 있다.
연금보험 재정으로 기초연금을 주던 일본은 저성장과 포퓰리즘 선거 공약 남발로 정치적 위기를 초래했다. 1985년 기초연금 도입 후 연금보험료에서 끌어 쓰다 재정이 부족해지자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부족액의 절반을 세금으로 충당하고 특별회계도 끌어다 썼다. 하지만 2011년 그마저도 바닥이 나자 민주당 정권은 소비세를 2배 인상해 인상분의 5분의 1을 연금재원에 활용하는 안을 제시했다. 이는 자민당 등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고 지난해 6월 각료 5명을 교체하는 개각을 단행하고서야 소비세 인상 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여전히 논란은 해소되지 않았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선진 국가에 비해 우리나라는 연금 제도 도입 역사가 짧은데다 급속한 인구 고령화로 재정 악화가 더 우려된다"며 "(기초연금) 지속가능성을 위해선 그 방식과 구조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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