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V리그에서 '더블 세터' 체제가 관심을 끌고있다. 대표적으로 '더블 세터'를 구축하고 있는 현대캐피탈과 러시앤캐시가 좋은 성적까지 내고 있어 흥미롭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23일 대한항공과 경기에서 최태웅(37)과 권영민(33)이라는 정상급 세터 2명을 보유한 덕을 톡톡히 봤다. 세트스코어 1-2로 몰렸던 현대캐피탈은 권영민 대신 최태웅을 투입하며 3-2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하종화 현대캐피탈 감독의 '더블 세터 효용론'이 통한 셈이다. 하 감독은 "분명 더블 세터의 장점이 있다. 현대캐피탈의 팀 컬러가 뚜렷하지 않는데 더블 세터야 말로 우리 구단의 색깔이 아니겠느냐"라고 설명했다.
하 감독은 '더블 세터 찬양론'을 펼쳤다. 대한항공전을 예로 들었다. "대한항공은 4세트에서 한선수가 부상으로 갑자기 나가자 곧바로 흔들리는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는 수준급 세터가 2명이 있기 때문에 사정이 낫다"며 "분위기를 전환할 수 있는 적절한 카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현대캐피탈은 2라운드 삼성화재와 대한항공전에서 절묘한 세터 교체로 인해 0-2로 뒤지다가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바 있다. 23일 대한항공전도 권영민이 선발로 나섰다가 최태웅으로 교체되면서 경기의 흐름이 바뀌었다. 러시앤캐시의 세터 김광국과 송병일도 서로 부족한 점을 채워주며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하지만 선수 본인은 '더블 세터' 체제에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최태웅과 권영민, 김광국은 세터 기용을 '감독의 고유권한'이라고 밝힌 바 있다. '맏형' 최태웅은 "개인적으로 주전 세터는 한 명으로 고정하는 게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세터를 교체하면 미묘한 변화가 온다는 게 그 이유. "일반 팬들은 느끼지 못하겠지만 세터가 교체되면 선수들의 공격 리듬이 달라진다. 공격수들이 적응하려면 5~10점 정도 랠리가 흘러가야 한다."
더블 세터를 활용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명확히 주전 세터가 있다. 현대캐피탈은 권영민, 러시앤캐시는 김광국이 선발 출전하며 볼 배급을 맡고 있다. 그리고 보조 세터로 최태웅과 송병일이 투입돼 경기 흐름을 바꿔주는 역할을 한다. 최태웅은 "(권)영민이가 주전 세터로 나가고 저는 그 뒤를 받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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