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의결권 강화” 공약실현 신호탄
국민연금 의결권 강화를 공약한 박근혜 정부 출범을 앞두고, 국민연금이 기업 주주총회 핵심 안건에 이례적으로 반대투표를 결정했다. 국민연금이 거수기에서 탈피, 향후 기업 의사결정에 적극 개입을예고하는 신호탄으로 해석되고 있다.
국민연금은 24일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를 열어 동아제약 임시주주총회(28일)에서 이른바 박카스 분할을 놓고 대주주와 소액주주간 첨예한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이 회사 지주회사 전환 및 회사분할안건에 반대표를 던지기로 최종 결정했다. 권종호 위원장은 '동아제약의 분할 계획이 장기 주주가치 제고에 기여할 것인지 불투명한데다 핵심사업 부문의 비상장화로 주주가치 하락이 우려돼 반대의견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동아제약은 지주사(동아쏘시오홀딩스)를 신설해 그 밑에 ▦전문의약품을 생산하는 동아에스티와 ▦박카스 등 일반의약품을 생산하는 동아제약(비상장)을 두는 안건을 이번 임시주총에 상정할 예정. 하지만 소액주주들은 회사의 간판인 박카스 사업을 분할해 비상장법인에 두면 일반주주들의 지배력이 축소되고 오너2세로 편법상속이 가능해진다며 강력 반대하고 있다. 아울러 국민연금도 반대대열에 동참해줄 것을 요청한 상태다.
국민연금은 동아제약 주식을 9.5% 보유한 3대 주주다.
국민연금은 지난주 자체 회의에서 표결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해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로 회부했는데, 결국 반대투표 결정이 내려졌다.
국민연금이 기업주총에서 반대표를 던지는 비율은 2008년 5.4%에서 지난해 17%까지 높아졌을 만큼 의결권 행사는 점차 확대되는 추세. 하지만 지주회사 전환 같은 중대 지배구조개편 안건에 반대표를 던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때문에 재계에선 이번 반대표결이 박근혜 대통령당선인의 국민연금 의결권 강화공약과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어디까지나 투자자로서의 판단이지 정치적 판단은 아니다'면서도 '정부 기관으로서 대통령당선인의 공약을 이행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회의에서 위원들은 '향후 의결권 강화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국민연금이 5% 이상 주식을 보유한 상장사는 10대 그룹 계열사만도 53곳에 이른다. 국민연금이 향후 의결권의 목소리를 높일 경우 기업의사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재계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한편 국민연금의 반대투표방침에 따라 동아제약의 지주자 전환계획도 불투명해졌다. 현재 동아제약은 오너인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특수관계인 포함 지분율 14.0%), GSK(9.9%), 오스카제약(7.9%) 등43.9%의 찬성표를 확보했지만, 안건통과를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우호주주들이 더 많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안건통과를 위해 주주들을 계속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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