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할인도 독자를 위한 서비스인 만큼 자유경쟁은 당연하다.""정가제가 없으면 우선 당장은 좋을지 모르지만 결국 출판시장을 황폐화시킬 것이다."
최근 국회에 발의된 도서정가제법 개정안에 온라인서점인 알라딘이 반기를 들고 나서자 출판사들이 알라딘에 책 공급을 중단하는 등 도서정가제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알라딘은 '도서정가제법 강화에 반대합니다'라는 온라인 성명을 통해 "책 판매가를 올려서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발상에는 찬동할 수 없다"며 "판매가 통제로 출판시장을 보호하려는 시도는 산업의 혁신을 저해하는 과보호가 될 것이며 스마트폰이나 게임, 영화 등에 대한 책의 경쟁력을 더욱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싹을 내리기 시작한 전자책 시장에도 버거운 짐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주머니 사정으로 책을 더 사보고 싶어도 마음껏 사지 못하는 게 독자들의 현실이고 불경기에 정가제까지 강화되면 국민들의 독서량 감소를 초래하게 될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출판계는 무너지고 있는 동네서점을 살리고, 장기적으로 출판계를 살리기 위해서는 이번 기회에 도서정가제 법안을 확실히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서점이 없어지고, 양서를 출간하는 소형 출판사들의 여건이 더 어려워지면 결국 다양한 양서를 어디서든 만나볼 수 있는 소비자의 선택권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백 연구원은 "정가제는 가격을 올리자는 게 아니라 적정 가격을 지키자는 것으로 저자, 출판사, 서점으로 이뤄진 출판 생태계 붕괴를 막아야 한다는 차원에서 생각을 넓혀서 볼 문제"라고 강조했다.
출판계는 대폭할인이 횡행하는 현 시장구조에서는 출판사들이 할인을 염두에 두고 가격을 책정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책값을 높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출판사 한 관계자는 "독자들은 할인을 받으면 일시적으로 책을 싸게 산다는 기분이 들겠지만 사실상 그 비용이 반영된 것이기 때문에 할인경쟁이 본격화하면 소비자의 이익에 반한다"고 말했다.
또한 자유가격제 실시국가가 전반적으로 책값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조재은 양철북 대표는 "자유가격제를 실시하고 있는 영국의 평균 책값이 32.5유로인데 반해, 정가제를 시행하고 있는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4개국의 평균 책값은 19.65유로에 그쳤다"며 정가제 필요성을 강조했다. 도서정가제가 출판계가 가진 문제를 전부 해결할 열쇠는 되지 못하더라도 출혈 경쟁으로 무너져가는 상도의를 바로 세우는 출발점은 될 것이라고 출판계는 입을 모으고 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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