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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손 움켜쥐고… 증언대 내리치며… 클린턴의 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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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손 움켜쥐고… 증언대 내리치며… 클린턴의 역공

입력
2013.01.24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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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회가 아니라 예비 대선토론회였다. 공화당은 2016년 대선의 가장 유망한 민주당 후보를 청문회에 세워 흠집 내려 했다. 하지만 증언자는 책상을 내려치고, 두 손을 움켜쥐며 오히려 의원들을 추궁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 청문회에서 벌어진 일이다.

클린턴은 23일 오전에는 상원, 오후에는 하원 외교위원회 증언대에 앉았다. 지난해 9월 발생한 리비아 벵가지 미국 영사관 피습사건에서 국무부의 잘못을 따지는 청문회였다. 크리스트퍼 스티븐스 리비아 대사를 비롯, 4명이 희생된 벵가지 사건은 이미 수전 라이스 유엔주재 미국대사를 차기 국무장관 직에서 낙마시켰다. 국무부 고위직 4명도 사표를 썼다. 20여년 정치인생에 오점이 될 수 있는 자리였지만 클린턴은 노련했다.

클린턴은 증언대에 서기까지 인내해 준 의원들에게 감사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가 증언을 앞두고 뇌진탕을 입어 혈전 치료를 받자 일부에서 병을 핑계로 증언을 피하려 한다고 비난한 것을 의식한 것이다. 클린턴은 이어 “국무장관인 내게 (벵가지 사건의) 책임이 있다”고 솔직하고 당당하게 인정했다. 잠시 스티븐스의 죽음을 회고할 때 감정이 격해진 듯 목소리가 떨리고 검은 뿔 테 안경 너머로 눈시울이 붉어졌다. 2008년 1월 뉴햄프셔 경선 이후 5년만의 눈물이었다. 그러나 질의가 시작되자 클린턴은 거침이 없었다.

가장 열띤 답변은 론 존슨 상원의원의 질의 때였다. 존슨은 정부가 사건 배경을 테러가 아닌 자발적 시위라고 해 국민을 호도했다고 질책했다. 클린턴의 목소리가 올라가면서 손이 증언대를 때렸다. “중요한 건 미국인 4명이 희생된 사실이다. 시위와 테러의 차이가 무엇인가. 지금은 ‘왜’를 찾기보다 범인을 심판대에 세우는 게 중요하다.” 공화당의 대선 선두주자인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의 질의 때는 청문회가 2016년 대선 축소판처럼 보였다. 클린턴이 당혹해 할 순간도 없지 않았다. 론 폴 상원의원은 다음 주면 국무장관 직에서 떠나는 클린턴에게 “9ㆍ11테러 이후 가장 큰 비극의 책임을 안고 가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고,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버락 오바마 정부가 사건을 축소 은폐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그러나 클린턴은 특유의 제스처와 역공으로 위기를 벗어났다. 클린턴은 두 손을 움켜쥐고 격앙된 표정을 지으며 사건 은폐 의혹을 부인했다. 또 “벙커 아래에서 외교를 할 수는 없다”며 “(외교에) 더 많은 안보 수요가 있으나 의회가 자금 지원을 거부했다”고 의회 책임을 거론했다. 청문회는 어느 순간 클린턴을 위한 청문회로 바뀌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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