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완장을 빼앗긴 코리안 프리미어리거의 '맏형' 박지성(33ㆍ퀸즈파크레인저스)이 든든한 지원군을 얻었다. 수비수 윤석영(23ㆍ전남)이 한국 선수로는 11번째로 프리미어리그(EPL) 입성을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전남 드래곤즈는 24일 "윤석영을 박지성이 뛰는 QPR로 이적시키기로 했다. 정식 계약은 QPR이 실시하는 메디컬 테스트를 마친 뒤 체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태국에서 전지훈련 중이던 윤석영은 이날 곧바로 영국 런던으로 향했다. 계약 기간과 이적료, 연봉 등 세부 계약 내용은 양 구단의 합의에 따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이적시장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적료 80만파운드(약 14억원)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성에게 윤석영의 합류는 더없이 반갑다. 해리 레드냅 감독 부임 이후 주장 완장을 차지하지 못했던 박지성은 이날 공식적으로 주장 박탈 소식을 들었다. 레드냅 감독은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남은 시즌에 클린트 힐이 QPR의 주장을 맡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아시아 선수 최초로 EPL 구단 주장으로 뽑혔던 박지성은 QPR의 에이스로 주목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무릎을 다치면서 결장했고, 절대적인 지지를 보냈던 마크 휴즈 감독마저 경질되면서 팀내 입지가 줄었다. 주전 경쟁마저 장담할 수 없는 처지까지 내몰리기도 했다.
몸과 마음 모두 지쳐있던 박지성은 후배 윤석영의 합류로 분위기 전환의 좋은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전망이다. QPR에서 유일한 아시아인으로 외로운 나날을 보냈던 박지성에게 윤석영은 생활적인 측면에서 활력소가 될 수 있다. 편하게 얘기하며 지낼 수 있는 동료의 존재는 외국 생활에 더없이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또 자극제가 되기도 한다. 대표팀 후배가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박지성은 더욱 책임감을 가지고 그라운드를 누려야 하는 또 다른 동기가 생긴 셈이다.
QPR이 강등권 탈출을 위해 윤석영을 선택했기 때문에 둘이 그라운드에서 호흡을 맞추는 장면이 자주 연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지성과 윤석영이 함께 의기투합하면 시너지 효과도 생길 수 있다. EPL에서 코리안 프리미어리거가 한 팀에서 뛰는 건 이번이 처음. 예전에 코리안 유럽파가 함께 호흡을 맞췄을 때 긍정적인 효과가 드러난 바 있다. 박지성과 이영표가 네덜란드 에인트호벤에서 활약했을 때 리그 우승은 물론이고 2004~05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돌풍을 주도한 바 있다. 공교롭게 윤석영의 포지션이 이영표와 같은 왼쪽 측면 수비라 박지성과 찰떡 궁합을 기대하게 만들고 있다.
윤석영은 전남의 유스 출신으로 런던 올림픽의 동메달 쾌거의 주역이다. 올림픽에서 전 경기를 소화하며 공수 양면에서 제 몫을 해냈다. 2009년 전남에 입단했던 그는 4시즌 동안 86경기 4골10도움을 기록했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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