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원자력본부 미검증 부품 납품 비리 수사과정에서 한국수력원자력 직원들과 납품업자들간의 검은 유착관계가 드러났다. 한수원 직원들이 원전 내 부품을 납품업자에게 빼돌린 뒤 이를 다시 납품받는 대가로 금품을 챙기는가 하면 낙찰업체를 미리 찍어주는 등 구조적 인 비리가 만연했지만 원전 측의 관리 감독은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광주지검 특수부(부장 김석우)는 24일 원전에 납품된 부품을 빼돌려 납품업자에게 건넨 뒤 이를 다시 납품을 받은 한수원 직원 2명과 납품업자 2명을 업무상 횡령과 입찰방해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또 납품업자를 통해 주식거래를 하거나 소액의 금품을 받은 등 비위 사실이 적발된 또 다른 한수원 직원 7명에 대해서는 기관 통보해 징계토록 했다.
검찰에 따르면 영광원전 소속 조모(52) 과장은 2008년 9월 자재창고에 보관 중이던 5,394만원 상당의 전자회로기판 4개를 납품업체 S사 대표 이모(41)씨에게 빼돌려 준 뒤 이를 이듬해 2월 세 차례에 걸쳐 다시 납품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 과장은 이 같은 자재 빼돌리기 후 중복구매 방식에 대한 편의를 봐주고 납품업자 2명으로부터 3년간 4,800만원의 금품을 받아 챙겼다.
이씨는 또 2011년 4월 당시 영광원전 송모(48) 대리와 공모해 같은 방법으로 1,090만원 상당의 부품을 빼돌려 재납품했다. 송 대리도 납품 편의를 제공해 주는 대가로 업자 2명으로부터 5,500만원을 받았으나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달아나 기소중지된 상태다.
검찰 조사 결과 한수원 직원들은 부품 구매계약 입찰 과정에서 특정 납품업체를 찍어 사전에 가견적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낙찰자를 선정하는 등 업체들과 입찰담합을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영광지역엔 S사 등 3개 납품업체가 영광원전 구매계약을 싹쓸이 하는 독과점 시장 구조가 형성됐고, '최초 견적의뢰를 받은 업체=낙찰업체'라는 인식이 굳어져 견적의뢰를 받지 못한 업체는 다음 기회를 노리며 들러리 입찰에 나서는 게 관행화했다. 실제 이들 3개 업체는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이 같은 방식의 입찰담합을 통해 8억~15억원대의 영광원전 납품계약을 수주했다.
검찰은 또 2008년 3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337개 품목 1만396개 부품이 위조된 품질보증서를 통해 한수원에 납품돼 이중 6,012개 부품이 설치된 사실을 확인했다.
광주=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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