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외무“탈퇴하면 레드카펫 깔아줄 것”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유럽연합(EU) 탈퇴 카드를 꺼낸 것에 대해 회원국들이 “이기적인 처사”라며 비난하고 나섰다. “(영국이 탈퇴하는 길에) 레드카펫을 깔아 환영하겠다” “(캐머런은) 정신분열증 환자” 등 원색적인 공격도 쏟아졌다. 재정위기 타파를 위해 EU 동맹 강화가 추진되는 상황에서 나온 영국의 돌출행동에 회원국들이 등을 돌리자 영국 내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캐머런 총리는 23일 “2015년 총선에서 승리하면 국민투표를 통해 EU를 탈퇴할지 남을지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재정위기가 길어지고 EU가 금융거래세 도입 등 영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조치를 잇달아 시행하면서 EU 잔류가 영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캐머런은 “EU와의 재협상에서 회원국 지위가 개정되면 잔류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회원국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귀도 베스터벨레 독일 외무장관은 “(회원국의 권리와 의무 중) 좋은 것만 골라 가질 순 없다”고 책망하며 “모든 회원국이 EU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재정위기의 답은 더 강력한 통합”이라고 말했다. 로랑 파비우스 프랑스 외무장관은 “축구장에 와서 갑자기 럭비를 하자는 격”이라며 “나는 최근 만난 영국 기업인에게 ‘EU를 떠나고자 한다면 우리는 당신들을 위해 레드 카펫을 깔아주겠다’고 말했다”고 비아냥거렸다. 지난해 캐머런 총리가 프랑스의 부자증세를 피해 해외로 나가려는 프랑스인들에게 “레드카펫을 깔아 환영하겠다”고 말한 것을 빗댄 것이다.
덴마크의 니콜라이 바르멘 유럽장관도 “EU 회원국 지위를 개정하거나 EU를 탈퇴할 생각이라면 혼자서 하라”고 쏘아붙였다. 전 EU 무역집행위원인 피터 만델슨은 캐머런을 향해 “정신분열증 환자”라며 “식당에 자기 접시를 가지고 가 원하는 것만 담아 나오는 꼴”이라고 비난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영국이 EU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다른 국가들도 각자 원하는 것이 있는 만큼 자국의 주장만 내세워선 안 된다”고 말해 EU 통합의 필요성을 재확인했다. 미국도 “영국은 EU 안에 있을 때 더 강력하고 EU도 영국이 있어 더 강력하다고 생각한다”며 탈퇴를 만류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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