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계 황색 돌풍의 선두주자 리나(31ㆍ중국ㆍ랭킹6위)가 2년만에 메이저대회 결승무대에 이름을 올렸다. 리나는 24일 호주 멜버른파크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열린 호주오픈테니스 여자단식 준결승에서 마리아 샤라포바(26ㆍ러시아ㆍ2위)를 세트스코어 2-0(6-2 6-2)으로 돌려세웠다. 역대전적 4승8패로 뒤져 이기기 힘든 경기가 예상됐으나 리나는 이 같은 전망을 보기 좋게 뒤집고 1시간33분만에 낙승을 거뒀다. 1만5,000석을 가득 메운 관중석 곳곳에서 중국인들이 오성홍기를 흔들며 리나를 환호했다.
호주 오픈만 놓고 보면 두 번째 결승진출이다. 리나는 2011년 이 대회 결승에서 킴 클리스터스(벨기에)에게 1-2로 역전패했다.
리나는 경기 후 "1999년 프로 데뷔 후 20년 만에 펼친 최고의 경기였다"며 2011 프랑스오픈 우승때 보다 더 후한 점수로 자체평가를 내렸다. 실제 리나는 이날 섭씨 34도가 넘는 폭염 속에서도 코트 구석 구석을 가리지 않는 올라운드 플레이로 상대를 압박했다. 샤라포바에게 단 한번도 프리 스윙을 허용하지 않았을 정도였다.
리나는 그러나"샤라포바의 페이스가 워낙 좋아 경기 전 승패를 50-50으로 봤다"라고 말했다. 실제 중국언론에 따르면 3,400명이 참가한 한 설문조사에서 50%만이 리나의 승리를 점쳤다. 18%는 리나의 패배를 예상했다고 보도했다.
앞선 5경기 동안 9게임만 내줄 정도로 압도적인 기량을 선보인 샤라포바는 리나 앞에서는 자신의 리듬을 전혀 찾지 못하고 32개의 에러(더블폴트는 6개)를 쏟아내면서 자멸했다. 샤라포바는 1세트부터 자신의 서브게임을 내주며 끌려 다녔다.
프랑스 오픈을 통해 100년만에 처음 아시아 국가와 선수로 첫 우승컵을 차지한 리나는 이후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다. 그 해 윔블던 2회전, US오픈은 1회전에서 짐을 쌌다. 지난해엔 호주오픈과 프랑스오픈에서 각각 16강 진출이 최고성적이었다. 런던올림픽 단식에서는 1회전 탈락했다. 리나는 고심 끝에 코치를 바꾸기로 했다. 올림픽 완패 이후 지난해 8월 남편이자 코치인 장산을 '해고'한 뒤 카를로스 로드리게스를 영입하면서 재무장에 성공했다. 로드리게스는 쥐스틴 에넹(31ㆍ벨기에)과 손을 잡고 메이저 우승컵만 7개를 쓸어 담은 실력파다. 리나는 이번 대회 8강전에서 아그니에슈카 라드반스카(24ㆍ폴란드ㆍ4위)를 물리친 뒤 "당시 코치 교체는 나와 남편을 위한 최고의 선택이었다"라며 "코트 안에서나 밖에서나 서로에게 소리 지르지 않고 격려만 할 수 있게 됐다"고 활짝 웃었다. 리나는 올 시즌 개막전 때도 "나는 코트에서 더욱 냉정해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혈질로 유명한 리나는 경기 도중 화가 나면 남편에게 고함을 지르기로 악명을 떨쳤다.
리나는 이어 "2011년은 첫 메이저대회 결승이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어리둥절했다. 어느 누구도 내게 코트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경험이 많다. 그래서 더 잘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전 세계랭킹 1위 마르티나 힝기스(스위스)도 "2년 전 리나는 약간 촌스러운면이 있었지만 지금은 확실히 이기는 방법을 터득한 것 같다"고 중국 관영 영자신문 차이나데일리에 말했다.
샤라포바도 "리나와 나는 소속사(IMG)가 같아 수십 차례 연습 경기를 했다. 내가 쉽게 풀어갈 수 있는 상대가 아니란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리나가 더욱 공격적으로 변해 있었다"라며 패배를 인정했다. 리나는 결승에서 대회 2연패를 노리는 빅토리아 아자렌카(24ㆍ벨라루스ㆍ1위)와 만난다. 아자렌카가 상대전적 5승4패로 한 걸음 앞서있다.
한편 남자부 경기에선 노박 조코비치(26ㆍ세르비아ㆍ1위)가 다비드 페레르(31ㆍ스페인ㆍ5위)를 3-0(6-2 6-2 6-1)으로 꺾고 결승에 올라 1968년 오픈시대 이후 남자론 첫 대회 3연패에 단 1경기만을 남겨 놓았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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