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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빈곤율 45%… 증세든 국민연금 전용이든 정치적 결단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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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빈곤율 45%… 증세든 국민연금 전용이든 정치적 결단 필요

입력
2013.01.24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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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연금 내년 도입되면 당장 8조5000억 더 필요무상보육 예산의 4배… '증세없는 복지' 난관"앞세대 부양위한 준조세" "가입자와 형평성 어긋나"국민연금 전용 찬반 갈려기초연금 도입으로 국민연금 안정성 깨질 우려세대별 증세 로드맵, 국민연금 가입자 동의 등 정치권 리더십 발휘해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인 기초연금 도입에 대한 논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기초연금의 막대한 재원은 어느 세대가 어떤 돈으로 부담해야 하는지, 부유한 노인층까지 기초연금을 주어야 하는지,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낮춰야 하는지 등 공적 노후보장제도 재편을 둘러싼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증세는 한계, 국민연금 활용은 갈등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을 그대로 집행할 경우 내년부터 예산이 현재의 3배 가량 들어간다. 대상이 소득하위 70% 노인(65세 이상)에서 전체 노인으로 확대되고 월 9만7,100원인 연금액을 월 약 20만원으로 올리면 내년에만 13조1,970억원이 투입된다고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분석한다. 현행 제도의 소요예산(4조6,190억원)의 2.8배, 지난해 정치ㆍ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킨 영ㆍ유아 무상보육예산(3조4,790억원)의 4배에 가까운 액수다.

소요재원을 이보다 조금 절감하기 위해 인수위는 군인ㆍ공무원ㆍ사학 등 특수직역 연금수혜자중 노인 24만명(약 5,700억원)을 기초연금 수급대상에서 제외하고, 기초연금 신청절차를 번거롭게 해서 초고소득층이 자연스럽게 안 받도록 유도하는 안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소득상위 30%에 대해서는 20만원보다 낮은 액수를 차등 지급하는 안도 여당 내에서 검토되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박근혜 정부가'증세 없는 복지'를 내세운 이상 세금으로 이 비용을 충당하기는 쉽지 않다. 최근 보사연은 지하경제 양성화나 비과세 감면 축소 등 조세개혁을 통해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세수를 14조원 정도로 추산했는데, 의료, 보육, 장애인 분야의 추가예산도 각각 수조원 대에 이르러 여전히 12조원 정도가 더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결국 인수위가 기초연금을 국민연금의 틀로 흡수해 2012년 27조원에 달한 국민연금 보험료 수입의 일부(2조~4조원)를 기초연금에 활용하겠다는 결론으로 치달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인 셈이다.

노인빈곤, 노후보장 무엇이 우선인가

국민연금 수입으로 기초연금을 지원하는 안은 세대간 갈등을 야기할 수 있고 국민연금 가입자 설득이 어렵다. 가입자들은 "내가 낸 보험료로 왜 국민연금에 한푼 기여하지 않은 노인들을 부양해야 하는가"라며 반감을 표시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복지정책 비정부기구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의 오건호 공동운영위원장은 "후세대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점에서 손쉽게 국민연금에 손대서는 안 된다"며 "불필요한 정부지출을 줄이고 그래도 안되면 공약을 바꾸거나 증세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미 10년씩 보험료를 낸 기존 국민연금가입자들이 받는 연금이 기초연금 수준과 비슷한 가입자들이 많은데, 국민연금으로 기초연금을 지원한다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연금 지원을 찬성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김원섭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국민연금의 보험료는 가입자 개인의 노후 연금이 아니라, 현 세대를 위해 기여한 앞 세대를 부양하기 위한 일종의 준조세"라며 "적립금을 400조원씩 쌓아놓고 45%(노인빈곤율)의 노인을 가난에 방치하는 나라가 오히려 비정상"이라고 찬성의견을 표시했다. 이재훈 민주노총 정책부장은 "국민연금제도는 '앞 세대에 대한 후세대의 부양'이라는 세대간 합의"라며 "적립금이 과도하면 나중에 현금화할 때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며 국민연금 기금 전용에 긍정적 입장을 표시했다.

국민연금 고갈 막을 출구전략 필요

기초연금 도입으로 국민연금이 흔들릴 수 있는 우려도 있다. 가만 있어도 월 20만원의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는데 굳이 국민연금에 가입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저소득층이 많고, 오히려 기초연금의 액수를 높여달라는 압력이 강해질 수 있다. 현재 전체 국민연금 가입자의 39%(약 105만명)가 월 연금액 20만원 이하를 받는 저소득층이다. 이들은 10~20년씩 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65세만 되면 같은 금액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국민연금을 탈퇴할 가능성이 높다.

국민연금 재정 고갈도 우려된다. 2008년 계산으로 국민연금은 2043년, 2,465조원이 적립돼 정점을 찍고 2060년 소진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기초연금을 지원하게 되면 국민연금의 고갈 시기는 더욱 앞당겨지게 된다. 국민연금 수급시기를 늦추거나 액수를 낮추는 등의 재정안정 대책이 있지만, 이미 수급연령을 65세로 늦추고 연금 지급액을 평균소득의 40%로 낮추는 개혁안을 실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국민연금의 노후보장 기능까지 훼손할 우려가 있다.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합한 우리나라의 연금지출의 규모는 GDP 대비 0.9%(2010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3개국 중 최하위다. 급격한 고령화 속도를 감안할 때 2050년에는 이 비중을 GDP대비 9.8%까지 높여야 한다. 결국 지금부터라도 각 세대별로 얼마나 세금을 더 낼 것인지 '세대별 증세 로드맵'을 짜고, 국민연금 재정으로 기초연금을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 가입자들의 동의를 이끌어내는 정치권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민 대다수가 국민연금으로 노후를 해결할 수 있을만한 성숙시기에는 기초연금을 축소시키는 출구전략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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