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다." 최근 드라마를 두고 하는 말이다. 성폭행, 살인, 가족간 폭행 등 너무나 자극적인 장면이 버젓이 지상파를 통해 방송되는 탓에 시청자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최근의 막장 추세는 '에덴의 동쪽', '아내의 유혹', '미워도 다시 한 번', '너는 내 운명' 등 불륜, 자살, 복수 등으로 점철된 2000년대 말 '막장 드라마 춘추전국시대'를 뛰어넘는다는 평가다.
SBS '야왕'은 여주인공이 자신을 성폭행해온 양아버지를 살해, 암매장하는 내용으로 시작했다. '야왕'의 막장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꿈을 포기할 정도로 헌신적인 남자를 철저히 이용해 성장한 뒤 딸도 버리고 재벌 2세에게 접근하는 여주인공은 '막장 중의 막장'이라고 할 만하다. 살인, 시신 암매장, 여성을 상대로 한 남성의 성매매 등 도를 넘은 내용이 주를 이루는 2~4회에 대해 SBS는 자체적으로 19세 관람가 등급을 매길 정도였다.
MBC '백년의 유산'은 고부갈등 막장의 종결편이다. 며느리가 아들을 자신에게서 빼앗아 갔다고 생각하는 시어머니가 급기야 며느리를 정신병원에 가두고, 충격으로 기억을 잃자 불륜 누명까지 덮어씌우는 등 상식을 뛰어넘는 상황을 연출했다. 며느리의 뺨을 때리고 머리채를 잡아 휘두르는 일은 다반사다. 최근 종영한 KBS '착한 남자'는 살인죄까지 뒤집어 쓴 자신을 버리고 대기업 회장과 결혼한 여성에게 복수하는 한 남자의 모습을 그렸다.
최근의 막장 추세에 대해 방송사의 한 PD는 "초반 시청률을 높여 광고를 많이 붙이려고 드라마 시작부터 자극적인 내용을 넣기는 하지만 최근에는 도를 넘어섰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며 "광고 시장이 좋지 않아 경쟁이 과도해진 것이 원인인 듯하다"고 분석했다.
직장인 박진석씨는 "지난해 방송됐던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나 '응답하라 1997'은 선정적인 내용 없이도 큰 인기를 얻었다"면서 "케이블 방송도 아닌 지상파 방송사들이 막장 경쟁을 한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난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