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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커의 추억

입력
2013.01.24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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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쯤 스토커에 시달린 적이 있다. 독자를 가장해 접근을 하고는 어느 날부터는 내 사생활을 심각하게 침해하기 시작한 스토커는 내가 일하는 사무실까지 찾아와서 날 곤경에 빠뜨리기도 했다. 그는 나보다 두세 살 정도 어린 여자였는데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말을 했다. 내가 쓰는 소설 속에서 묘사한 사건이 자신에게 꼭 일어난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내 소설이 예지몽처럼 작동해 자신에게 현실의 일이 되니, 여자 주인공에게 좋은 일만 일어나게 소설을 쓰라는 해괴한 주문도 했다. 내 소설 속의 사건이 자신에게 실제로 일어난다는 그녀의 믿음이 공고한 것이라면 그 분 입장에서는 자신에게 해가 되는 소설을 쓰는 나를 가만 내버려둘 순 없었을 것이다. 나는 나름대로 성의를 갖고 설득도 하고 부탁도 해보았지만 그 분의 스토킹은 멈추지 않았다. 나는 그 무렵, 눈에 보이지 않는 검열관이 뒤에 몽둥이를 들고 서있는 듯해 한 줄의 소설도 쓸 수 없었다. 스토커가 두 번째로 예고 없이 사무실에 찾아왔던 날, 나는 어쩔 수 없이 인근 파출소에 신고를 했고 경찰이 와서 그 분을 데리고 갔다. 경찰에서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는 모르지만, 그날 이후로 그 분은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소설 속의 일이 자신에게 일어난다는 확신. 망상의 일종이 분명한 이 같은 심리를 뭐라고 부를 수 있을까. 소설이 오묘한 장르임을 증명하는 것인가.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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