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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머런의 곡예(曲藝) 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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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머런의 곡예(曲藝) 운전

입력
2013.01.24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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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을 처음 찾는 여행자에게 자못 생경한 풍경은 자동차들이 좌측통행을 하는 것이다. 길을 건널 때면 보행자 왼쪽이 아니라 오른 쪽에서 자동차가 달려오는 것에 당황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런던 공항 바깥의 횡단보도 바닥에는 '오른쪽을 보시오'라고 주의 표지를 써놓았다. 이 나라에서 운전이라도 하게 되면 아주 어색하다. 운전대가 오른쪽에 붙은 자동차로 좌측운행을 하는 데 익숙해지려면 제법 시간이 걸린다.

■더욱 당황스러운 경험은 영국 자동차를 몰고 바다 건너 유럽 대륙을 여행하는 것이다. 좌측통행에 얼마간 익숙해진 운전자가 다시 우측통행을 하는 것은 불편하고 불안하다. 영국처럼 좌측통행을 하는 일본의 내수용 자동차를 한국에서 운전하는 것을 상상하면 된다. 곡예 운전까지는 아니지만, 진땀나는 상황을 겪는 경우가 흔하다.

■캐머런 영국 총리가 그제 유럽연합(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하겠다고 선언하자 "정치적 계산이 앞서 위험한 곡예를 한다"는 비판이 많다. 캐머런은 2015년 총선에서 재집권하면 2017년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유럽 재정위기 이후 EU 탈퇴를 요구하는 여론이 집권 보수당 안에서부터 거세지는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내놓은 승부수다. '즉각 탈퇴' 여론을 무마하는 동시에, 독일 프랑스 등 EU 주도국들을 상대로 EU 협약상 예외적 지위를 이끌어내기 위한 협상 카드를 내놓은 셈이다.

■영국은 유럽 대륙 국가들과 사회· 경제체제가 다른 탓에 EU 통합에 늘 소극적으로 참여해 왔다. 독일 프랑스의 주도를 견제하면서도 고립은 피하려는 계산이 작용한다. 유로화 통합에 불참한 데서 보듯, 회원국 주권 축소와 EU의 권한 확대에 항상 반대한다. 그러나 EU 탈퇴는 유럽은 물론이고 국제 사회에서 실익과 영향력을 모두 잃는 결과를 초래한다. 캐머런의 곡예 운전은 그런 역사와 현실이 함께 얽혔다. 정치에서 5년은 장구한 세월이고 보면, 국민투표 제안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관측이다.

강병태 논설고문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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