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근대 미술을 대표하는 회화들을 소개하는 '프라하의 추억과 낭만' 전시회가 25일부터 4월 21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미술관에서 열린다. 프라하국립미술관 소장품전으로 프란티셰크 쿠프카 등 작가 28명의 작품 100여점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체코 회화의 국내 소개가 처음은 아니다. 드물게나마 그룹전 등이 선보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전시는 고대에서 현대까지 유물ㆍ작품 규모가 36만점이 넘고 체코 내 6개의 분관을 운영하는 프라하국립미술관 소장품의 국내 첫 전시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블라디미르 뢰젤 프라하국립미술관장은 24일 전시설명회에서 "217년 역사의 미술관 소장품 중 이번 한국 전시 작품은 '애피타이저'에 불과하다"며 박물관 자랑을 감추지 않았다.
전시 작가들의 이름은 낯선 게 사실이다. 파리에서 활동했고 미국 뉴욕에서도 인기를 누린 쿠프카 정도가 미술애호가들의 귀에나 익었을까. 드보르작이나 쿤데라, 하벨은 쉽게 입에 올리면서도 국내 미술계가 그간 체코 미술에 얼마나 무지했는가 새삼 일깨워준다.
체코에서 근대미술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20세기 초부터 제2차 대전 직전까지 작품을 모은 전시는 우선 작품의 다양성에 놀라게 된다. 에드바르 뭉크(노르웨이)의 프라하 전시회에 영향을 받아 나타난 입체주의적 시각의 표현주의 회화들, 1910년대에 나타난 체코 큐비즘, 1918년 건국 이후 등장한 아방가르드 미술, 상상력 넘치는 초현실주의 화풍 등을 두루 만날 수 있다. 40년이 채 안 되는 이 기간 동안 체코는 제1차 대전과 건국, 나치즘 등 전체주의와 전쟁의 위협 등과 마주했다. 이런 정치적 격동이 작가들의 작품에 직ㆍ간접으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엿보는 묘미도 있다.
전시 포스터에 등장하는 '쿠프카 부부의 초상'을 그린 쿠프카, 피카소와 브라크에게서 영향을 받아 큐비즘 작업을 많이 한 에밀 필라, '로봇'이라는 말을 만든 체코 작가 카렐 차페크의 형으로 미술뿐 아니라 문학 등 다방면에서 활약한 요세프 차페크 등을 눈여겨볼만하다. (02)6273-4242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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