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여성들은 유방의 발육을 도와주는 '트레이닝 브라'(trainnning bra)를, 나이든 여성은 유방을 받쳐주는 '서포트 브라'(support bra)를, 유방 사이의 오목한 것을 뽐내고 싶어하는 여자는 '원더 브라'(wonder bra)를 입으라고 속옷 회사들은 부추긴다.
유방의 주인은 누구일까. 여성 자신일까, 젖먹이 아이일까, 그것을 애무하는 남자들의 것일까, 이를 예술화하는 누드 사진 작가의 것일까, 이것으로 돈을 버는 성형의사의 것일까, 유방 X-레이 촬영을 하는 유방암 전문의의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유방은 여성의 것이다. 절벽 가슴이라도 자신이 만족하면 그만이고 풍만한 가슴이라도 그것이 오히려 지적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불만을 나타낼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반드시 그럴까.
1990년대 파멜라 앤더슨(Pamela Anderson)은 풍만한 가슴 하나로 전세계를 풍미했다. 165㎝의 중간 키에 몸무게 50㎏ 정도인 그녀는 좀 마른 몸매지만 36인치의 빵빵한 가슴으로 남자를 홀렸다. 게다가 그녀는 실리콘백을 넣어 관능미 넘치는 가슴을 가지게 됐다는 사실을 감추지 않았을 정도로 당당했다.
더욱이 앤더슨은 심리상태에 따라 가슴에 실리콘백을 넣었다 빼기를 반복했다. 원래 가슴둘레가 34인치였던 그녀는 1994년 괴팍한 록 밴드 '모틀리 크루'(Motley Crue)의 드러머였던 토미 리(Tommy Lee)를 만나 열애했고 가슴성형을 통해 가슴 크기를 36인치로 늘렸다.
1995년 결혼한 앤더슨은 비디오 스캔들로 4년 만에 이혼했다. 이혼 직후 실리콘을 제거한 그녀는 "아이 둘을 키우는 엄마로서 내 몸이 우선 건강해야 한다. 지금처럼 큰 가슴은 무리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수년 후에는 "토미 리와 만날 때는 단지 그에게 내 가슴을 보여주겠다는 일념으로 가슴수술을 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녀는 풍만한 가슴을 내세워 스타가 됐고 남자들이 자신의 가슴을 훔쳐보는 것에 만족하면서도 큰 가슴으로 인해 아둔해 보이는 이미지를 싫어했다. 그녀는 한 연예잡지와의 인터뷰에서 "나와 내 가슴은 '애증의 관계'(Love-Hate Relationship)'"라고 고백했다.
이처럼 앤더슨이 몇 차례 가슴에 실리콘을 넣었다 빼기를 반복하며 자신의 유방, 엄마의 유방, 남자의 유방을 오간 것은 여심(女心)의 향방에 따라 유방의 주인이 일시적으로 바뀔 수 있음을 의미한다. 유방과 여성 정체성 간의 밀접한 관계를 대변하는 극단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흔히 풍만한 가슴을 갈구하는 남성을 '속물'이라 하고, 반대로 큰 가슴을 위해 성형수술을 감행하는 여성을 '허영 덩어리'라고 한다. 가슴이 작은 여성은 어쩌다가 남자 친구가 가슴을 만지려고 하면 질겁하고 화를 낸다. 그럴 때 남자 친구가 "성형이라도 하지"라고 말하면 "너는 속물이다. 내가 성형이나 할 '텅빈 녀'냐"고 쏘아대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성형으로 가슴이 커진 여자의 삶이 달라지는 것은 얼마든지 볼 수 있다. 남자 친구에게 먼저 수영장을 가자고 하고 얼굴빛이 환해진다.
애연가들은 담뱃값 인상 뉴스가 나오면 "스트레스로 가득 찬 세상, 그나마 담배로 푸는데 담배 피우게 환경을 조성해 놓을 땐 언제고 이제 와서 우릴 볼모로 담뱃값 올리려 한다"며 정부와 담배회사 등을 성토한다. 심지어 군대, 학교선배, 직장 상사까지 흡연을 부르는 주범이라고 둘러 세운다. 하지만 담배를 끊으면 담뱃값이 오르는 말든 상관 없다.
마찬가지로 가슴이 크든 작든 콤플렉스는 생기게 마련이다. 이 때 콤플렉스를 견디기 어려우면 수술을 감행하면 된다. 성형 전문가들 사이엔 이런 말을 자주 한다. "성형은 신중하되 하려면 과감하게 하라". 이것이 정답이다. 성형 후 만족할 수만 있다면 속물이니 허영이니 하는 선입견이 무슨 의미가 있으랴.
강태조 유진성형외과 원장(성형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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