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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의 즐거운 세상] 건배사 만들기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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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의 즐거운 세상] 건배사 만들기⑤

입력
2013.01.24 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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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에서 겁도 없이 남존여비 건배사를 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남존여비의 본래 뜻은 남자는 존귀하고 여자는 비천하다는 것이다. 지금이야 딸들 세상이고 모든 게 여성 중심, 처가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지만 예전에야 어디 그랬나? 여성은 이름도 전해지지 않는 존재였고, 남자들을 위해 일생동안 희생과 봉사로 눈물과 땀을 흘리며 살아야 했던 게 불과 얼마전 아닌가? 어려서는 아버지, 결혼해서는 남편, 남편이 죽은 뒤에는 아들을 따르는, 이른바 삼종지도(三從之道)에 충실해야 했던 것이 우리 여인들의 삶이었다.

시중에 널리 알려진 남존여비 건배사는 다섯 가지쯤 된다. 우선 “남자의 존재이유는 여자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서!”를 꼽을 수 있다. 딸랑딸랑! 두 번째는 “남자의 존재이유는 여자에게 비용을 대주기 위해서!”, 흥! 돈도 많지. 그 다음으로 “남자의 존재이유는 여자의 비밀을 지켜주기 위해서!”를 들 수 있다. 여자들은 왜 비밀이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이 세 가지 모두 딸랑딸랑 계열의 '남존여비' 건배사다.

여기까지는 여자들에게 환영 받고 박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남자의 존재이유는 여자들에게 비명을 지르게 하는 것!”이라고 하면 아마도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다. 남자들만 있는 자리이거나 남녀 합석이라도 장난기가 좀 용납되는 모임 같으면 “남자의 존재이유는 여자를 비참하게 하는 것!”이라고 외쳐보면 어떨까? 사방에서 야유를 하며 눈총을 쏘려나?

그렇게 거부반응을 보이는 여자들이 있는가 하면 그냥 못 들은 척 조신하게 앉아 있는 여자들도 있으렷다? 그럴 경우 “남자의 존재이유는 여자들을 비교하는(비교해서 고르는) 것!”이라고 한 번 더 찔러보면 재미있지 않을까? 그 말에 헷갈려서 여자들이 멍하고 앉아 있으면 “남자의 존재이유는 여자를 비실비실하게 하는 것!”이라고 한 방 더 날려보자. 나중에야 맞아 죽든 밥을 굶든 어떻게 되든 말든.

존재이유라는 말을 바꿔 “남자의 존재가치는 여러 여자를 비명 지르게 하는 것!” “남자의 존재가치는 여기저기 비밀을 만드는 것!”이라고 하면 여자들은 계속 약이 오르겠지? 남존여비라는 말의 원래 뜻과 우리 전통에 충실하게 “남자는 존귀하고 여자는 비천(비겁/비열)하다!” “남자가 존재하지 않으면 여자는 비참해진다!” 라고 외치면 어찌 될까? 혹시 아직도 여자들 중에는 “남자를 존경해야 여자도 비슷해진다!”거나 “남자를 존경하지 않으면 여자는 비참해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지 않을까? 아닌가? 착각이 단독 드리블하는 건가?

그러나 역시 이런 말만 하면 안 되지. 정신 차리자, 정신! 최소한 “남자는 존귀하고 여자도 비슷하다.” 이런 자세로 상호 존중하며 살아야 되는 거 아니겠나? 남자는 화성에서 오고 여자는 금성에서 왔다는데, 남자는 설명을 들으면 화가 풀리지만 여자는 화가 풀려야 설명을 듣는다던데, 그렇게 서로 다르니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조화를 이루어 잘 살아야 하지 않겠어? “남자가 존경할 만하지 않으면 여자는 비웃는다!” 그리고 “남자가 존중하지 않으면 여자는 비뚤어진다 (비틀거린다 /비참해진다)!”

임철순 한국일보 논설고문 fusedt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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