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모(26)씨는 최근 서울 명동의 레스토랑에서 직원과 한바탕 실랑이를 했다. '신세계 포인트카드를 제시하면 10% 할인된다'는 탁자 위 안내판 문구를 보고, 포인트 기능이 있는 '신세계-씨티 리워드카드'를 내밀었지만 거절당했기 때문이다. 직원은 "오리지널 신세계 포인트카드와 디자인이 달라서 할인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씨는 기존에 쓰던 신세계 포인트카드(포인트 적립만 되는 백화점 카드)를 지난해 신세계 포인트카드 겸용 신용카드로 바꾼 것일 뿐이라고 따져 물었다. 그제서야 레스토랑 직원은 마지못한 듯 "원래 안되지만 이번만 할인을 해주겠다"고 물러섰다. 김씨는 "애초 직원이 거절했을 때 그냥 넘어갔다면 5,000원을 더 내야 했을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일부 가맹점과 연계된 포인트카드 할인 이벤트가 소비자들을 골탕먹이고 있다. 포인트 적립 등 담겨있는 내용이나 이름은 같은데, 카드 겉모습이나 색깔이 다르다는 핑계로 식당 등 가맹점들이 할인을 거부하는 일이 빈발하는 것이다. 비슷한 카드가 여러 개로 세분화하면서 소비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지만, 정작 포인트카드 발급업체는 상황 파악도 제대로 못하는 게 현실이다.
23일 카드 및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 포인트카드의 제휴업체로 계약한 피자 레스토랑 A사는 최근 신세계 포인트카드를 제시하면 총 결제금액의 10%를 할인해주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문제는 이마트카드, 신세계백화점카드 등 신세계 포인트카드로 불리는 카드가 여러 종류이다 보니 소비자들은 어느 카드까지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신세계 포인트카드 홈페이지엔 무려 12가지 종류의 신세계 포인트카드가 소개돼있다. 꼼꼼한 설명이 따라붙지 않으면 고객 입장에선 모두 같은 카드로 여길 수밖에 없다.
더구나 A사에서 디자인 타령을 했던 포인트카드는 구형(흰 바탕)이다. 지난해 이 카드는 이마트카드(회색)와 신세계백화점카드(갈색)로 다시 분리됐다. A사의 안내대로라면 신규 발급된 회색과 갈색 포인트카드는 쓸 수 없는 셈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3가지 포인트카드 모두 할인이 가능한데, 한 종류였던 포인트카드가 여러 종류의 카드로 나뉘면서 혼선이 생긴 것 같다"며 "가맹점과 소비자가 인지할 수 있도록 시정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포인트카드 기능이 탑재된 제휴 신용카드(예컨대 신세계-씨티 리워드카드)에 대해선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게 해당 업체의 입장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비용을 가맹점이 부담하는 이벤트의 경우, 제휴 신용카드 할인 여부는 점주의 성향에 따라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결국 포인트 할인에 일관성이 없다고 시인한 셈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소비자 입장에선 같은 카드인데 소비자가 알지 못하는 이유를 들이밀며 '이건 되고 저건 안 된다'는 식으로 그때그때마다 모면하려 해선 안 된다"며 "카드를 단순화하든지, 할인이 안 되는 카드는 미리 고지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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