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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 예산 6000억원 넘는데 사용처 안 밝혀도 그냥 넘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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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 예산 6000억원 넘는데 사용처 안 밝혀도 그냥 넘어가

입력
2013.01.23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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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계기로 정부기관들의 특정업무경비(특경비) 처리 과정이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그간 특경비를 '쌈짓돈' 마냥 써온 기관들은 불똥이 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눈치다.

특경비의 공식 명칭은 특정업무수행비로 검찰ㆍ경찰 등 외근이 잦은 사정기관이 주로 쓰는 예산이다. 각 기관의 수사와 감사, 조사 등 특정 업무 수행에 소요되는 경비를 충당하기 위해 지급되는 보조금을 뜻한다. 흔히 장기 수사나 조사 때 자료수집과 교통비 등의 비용을 일일이 지급하는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일정 금액을 한꺼번에 준다.

지난해 지급된 특경비는 총 6,473억원. 이 중 약 4,400억원이 경찰청에 배정됐다. 세금 추징 관련 외근이 많은 국세청에 502억원, 법무부에 371억원이 배정됐다. 이 밖에도 조사 업무를 하는 공정위나 해양경찰 등도 배정 대상이다. 지난해 헌법재판소에도 10억6,000만원이 지급됐다. 판례 및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 외근이 적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 후보자는 헌법재판관 재임기간 6년 동안 3억2,000만원의 특경비를 지급받았다. 영수증 제출 등 증빙은 없었다. 용처를 밝히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매달 300만~500만원씩 개인 통장으로 지급받았다.

이는 기획재정부가 매년 각 부처에 내려 보내는 특경비 사용지침 위반이다. 지침에는 국가 안보에 문제가 있거나 공무 추진 상 불가피한 이유가 있을 경우에 한해 영수증을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후보자의 사례가 이 경우에 해당한다고 규정짓기는 어렵다. 이런 식의 지침 위반은 이 후보자만의 문제라고 보기 힘든 것이 그간 관가에서 관행처럼 이뤄진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의 한 인사는 "그간 특경비는 다들 눈 감고 쉬쉬하는 개인 비용에 가까웠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특경비는 다양한 용도를 위해 사전에 지급되는 비용인 만큼 영수증으로 내용을 완전히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며 "공직자들인 만큼 신의 성실과 신뢰의 원칙에 따라 운용되는 부분이 크다"고 말했다.

국회 국정감사 때면 주요 기관들의 특경비 오용 문제가 매년 지적돼왔다. 하지만 각 기관들은 이를 애써 무시해왔고 국회나 감사원도 '고착화된 관행'이라며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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