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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 취득 학수고대… 취업은 더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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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 취득 학수고대… 취업은 더 걱정"

입력
2013.01.23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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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돈 벌어야 하는 데 큰일입니다."

내달 초 고교과정을 마치고 졸업을 앞둔 장 초(22)씨의 얼굴에 초조함이 가득했다. 중국 국적인 장씨는 중도입국 청소년을 위한 공립 대안학교인 서울다솜학교 학생. 여기서 한국어와 직업교육을 받고 최근 귀화시험에도 합격한 그였지만 한국 국적 취득까지 걸리는 1년 남짓한 시간 동안 취업이 불가능한 탓에 수심이 깊다. 장씨의 유창한 중국어와 의사소통이 무난한 한국어 실력, 취업을 대비해 취득한 관광통역사 자격증도 외국인 신분을 벗지 못하는 이상 무용지물인 셈이다. 장씨는 중국 다롄에서 고교과정을 마치고 호텔에서 웨이터 일을 하다 귀화 한국인인 어머니와 함께 살기 위해 지난해 입국했다. 그는 "작년에 어머니가 다리를 다친 후 일을 못 나가셔서 어서 취직해야 하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서울에서는 유일한 중도입국 청소년 대안학교인 다솜학교가 다음달 4일 첫 졸업생 배출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재학생 대다수가 부모와 함께 국내 정착을 희망하지만 국적과 언어 문제로 취업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태어난 다문화 가정의 자녀와 달리, 중도입국 청소년은 외국에서 태어나 자라다 부모의 재혼 등으로 국내에 입국한 청소년들이어서 이런 문제를 겪는다.

기본적인 교과목과 컴퓨터 미디어, 호텔관광 등 취업과목을 가르치며 한국정착을 돕고 있는 서울다솜학교의 재학생은 모두 44명. 장씨를 비롯한 33명의 외국국적 학생들이 한국국적 취득 전까지 정규직 취업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에 놓여 있다. 국적취득이 계속 지연될 경우 취업을 통한 한국사회 정착을 위해 수년간 쏟았던 이들의 구슬땀이 자칫 물거품이 될 판이다. 이 학교 호텔관광과 오혜림 교사는 "장씨처럼 국적취득과 졸업 시점이 달라 취업에 크게 지장을 받는 경우 달리 손 쓸 방법이 없어 안타깝다"며 "취업조건을 완화해 주거나 국적취득 과정을 현실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국내에 들어오는 중도입국 청소년들이 폭증하고 있지만 이들을 위한 대안학교는 불과 3곳으로 턱없이 부족해 제대로 학업을 하지 못하는 데 있다. 이중언어 등 지원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일반학교로 진학하고 있어 부적응을 겪는 이들이 태반이다. 다솜학교 고교과정 3학년인 이형준(20)씨는 일본인인 어머니와 함께 7살 때 국내에 들어와 일반 초ㆍ중ㆍ고교를 다니다 고교 3학년 때 이 학교로 전학해 공부하고 있다. 이씨는 "언어 때문에 초등학교 때부터 10년이 넘게 수업시간을 멍하니 보냈다"며 "'쪽바리'라고 놀리는 반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해 친구도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2011년 전체 2,540명이었던 중도입국 청소년은 지난해 4,288명으로 68.9%나 늘었다. 하지만 이들은 이미 학교에 다니고 있는 학생들만을 집계한 것으로 상당수가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한 채 학교 밖에서 어려움을 겪는 실정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전국에 있는 3개의 대안학교와 26군데의 다문화학교 특별학급에서 중도입국 청소년들을 위한 교육을 지원하고 있지만 학교를 다니지 않고 있는 이들이 1,000명 가까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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