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채택한 북한 장거리 로켓 발사 규탄 결의 2087호는 큰 틀에서 볼 때 기존 결의 수준을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제재라기 보다 이전 제재의 확대라는 의미가 강하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약속을 어기면 반드시 제재를 받는다는 원칙을 확인하고 중국도 이에 찬성했다는 점은 수확으로 꼽힌다.
물론 한국과 미국은 안보리 결의 2087호를 새로운 제재로 보고 있다. 기존 네가지 결의에 없던 내용이 추가된 것에 의미를 부여한다. 이번 결의는 북한기관 6곳과 개인 4명을 제재 대상에 추가하고 북한이 제재를 피하려고 대량 현금인 벌크 캐시(bulk cash)를 이용하는 것을 막았다. 상용품을 포함, 군사 전용이 가능한 모든 품목의 거래를 금지할 수 있는 캐치-올(catch-all) 조항도 넣었다. CNN방송은 이를 “제재의 확대”로 해석했지만 로이터통신은 “새로운 제재라고 평가하는 것은 과장”이라는 유엔 외교관의 말을 전했다. 수전 라이스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결의안 통과 직후 기자회견에서 “국제사회의 약속을 어기면 심각한 결과가 따른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내용보다 형식을 강조했다.
무엇보다 중국이 찬성한 것은 북한에게 큰 타격이다. 중국은 애초 한반도 긴장 확대를 이유로 안보리 차원의 추가 결의나 제재에 반대했다. 리바오둥(李保東) 유엔 주재 중국대사는 이날 기자들에게 “초안에 (북한) 제재 조치가 매우 많았다”며 “한반도 정세를 완화하기 위한 노력에 악영향을 미치고 북한의 경제, 각국과 북한의 정상적 무역과 교류를 손상시킬 수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그는 “한 달 여 간의 협상 끝에 많은 제재 조치가 존재하지 않게 됐다”고 말해 이번 결의가 제재 조치가 대거 삭제된 뒤 중국의 동의를 얻었음을 강조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라도 중국이 제재에 동의한 것은 북한에 강한 메시지를 보내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유엔 외교관들은 “이 시점에서 북한의 새로운 핵실험은 중국의 (대북 입장에 대한)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번 결의에 6자회담 재개가 언급된 점을 들어 “전체적으로 균형이 잡혀 있다”고 밝혔다.
이번 결의에서 북한이 추가 로켓 발사 또는 핵실험을 할 경우 ‘중대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한 트리거(자동개입) 조항에 군사적 제재가 포함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라이스 대사는 “유엔헌장 7조 41항에 따른 강력하고 새로운 추가 조치를 뜻한다”고 말했다. 41항은 무역과 항공ㆍ항해 차단 등 경제적 조치를, 42항은 군사적 제재를 담고 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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