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웰컴 투 동막골'에서 보듯 이제 6ㆍ25전쟁은 실제라기보다 은유의 공간으로 인식되기 십상이다. 창작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극작ㆍ가사 한정석, 작곡 이선영)도 전쟁의 참상에서 비껴난 동화 같은 판타지로 비극을 돌아보게 한다. 극단 연우무대가 '오! 당신 잠든 사이'에 이어 두 번째로 제작한 뮤지컬이다.
무대 상황은 긴박하다. 인민군 포로 4명과 이들을 호송하는 국군 2명이 탄 배가 풍랑을 만나 무인도에 표착한다. 인민군의 선상 폭동으로 감시자와 포로의 위치가 졸지에 뒤바뀐 긴장도 잠시, 기상 악화 등으로 이들은 기진맥진한다. 문제는 고장난 배를 고쳐 자신들을 탈출시켜 줄 열쇠를 쥔 인민군 포로가 전쟁 후유증으로 정신이 나갔다는 점.
어떻게든 그 자의 정신을 돌려야 한다는 데 남북의 차이가 있을 수 없다. 여신을 본다는 그의 환상에라도 매달려야 할 판이다. 있지도 않은 여신의 마음에 들기 위해 우선 험악한 언어부터 순화시켜 간다. 몸도 열심히 씻기로 한다. 철모에 음식을 나눠 먹고, 호형호제 한다. 그 여신은 유달리 폭력적이던 인민군 장교의 어머니로 변신해 그의 마음도 녹인다. 이 때 '내게로 와서 잠들라'며 여신이 부르는 노래는 이 무대가 주는 감동 중 하나다.
극중 상황은 당연히 허구다. 그러나 남한 군인들을 구하러 온 군함이 나타나면서 상황은 급격히 악화돼 모든 판타지는 깨져 버린다. '도와 주리라'는 여신의 노래만이 마지막 구원처럼 극장을 떠돌아 다닐 뿐이다. 무대는 그렇게 열려 있다.
이 작품은 대체 역사의 판타지 뮤지컬이다. 매끄러운 무대는 2011년 낭독 공연 이후 다듬어 온 결과다. 연출자 박소영씨는 "여신은 특정한 인물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보편적 여성성을 상징한다"며 우화적 공간으로서의 무대를 강조했다. 억지로 포로 수송 임무를 맡았다가 북한군 포로가 되는 국군 대위 역의 최호중ㆍ이준혁, 냉혈한인 인민군 장교 역 임철수의 대립이 긴박하다. 친형을 따라 입대했다가 형의 죽음을 목도하고 정신이 살짝 나간 북한군 류순호 역에는 신성민 등 세 명의 배우가 번갈아 출연한다. 3월 10일까지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