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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쓴 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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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쓴 약

입력
2013.01.23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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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약속이 있어 시내에 나갔다가 들어오는 길에 광화문의 대형서점에 들러 신간 코너와 이미 숙지하고 있는 베스트셀러 목록을 살펴보았다. 반갑게도 많은 시민들이 저마다 책을 고르는 데 여념이 없었다. 특히 아이를 데리고 온 부모들이 많은 게 반가웠다. 하지만 베스트셀러 코너엔 '멘토링'과 '힐링'을 주제로 삶의 지혜와 치유법을 카운셀링해주는 책들이 여전히 상위권에 포진해 독자들의 눈높이에 진열되어 있었다. 그 책들이 갖는 독자 장악력, 구매력 등을 폄하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 세상의 다양한 시련과 위기, 고난에 대처하는 지혜를 당의정처럼 깔끔하게 세팅해서 판매하는 책이 해당 출판사의 공격적인 마케팅과 맞물려 오랫동안 독서시장을 지배하는 것은, 좋은 콘텐츠의 공급과 수요가 선순환되어야 하는 출판시장의 건전성을 위해서는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몸에 좋은 약효는 설탕으로 코팅된 달콤함과 편리함에서 오는 것이 아니고 가공되지 않은 약재 본연의 쓴 맛에서 오는 게 아닐까. 삶에 대한 지혜를 너무 쉽게 구하려 해서도 안 되고, 너무 쉽게 구해지는 것이 지혜라고 착각해서도 안 된다. 베스트셀러 한두 권으로 얻어지는 지혜의 시효는 아마도 보잘 것 없을 것이다. 다양한 독서와 사회참여를 통해 인문적으로, 그리고 통합적으로 사고하는 꾸준한 훈련이야말로 당신의 삶을 견고하게 하는 가장 훌륭한 약용법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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