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교동초 교무실에 코흘리개 자녀를 데리고 온 학부모 10여명이 줄을 서 있다. 차례로 교사를 만나 인적사항을 적고 3월 4일 입학식 참석 등을 안내받는 것으로 초등학교 입학 예정 학생들의 예비소집 절차는 끝이 났다. 여느 학교 같으면 수백명이 모여 진행될 설명회 대신 교사와 학부모의 일대일 면담이 이뤄졌다. 이날 교동초에 등록한 입학예정자는 고작 17명. 지난해 입학생 21명보다 더 줄었다.
더 놀라운 것은 입학예정자의 절반 이상이 해당 학구 밖에서 일부러 지원해 온다는 사실이다. 서울 창신동에 사는 박호영(41)씨는 차로 등하교를 시켜야 할 먼 거리인데도 자녀를 교동초에 등록시켰다. 한 학년이 한 학급으로 구성돼 가족적인 분위기이고 승마, 요리, 오카리나 연주 등 다양한 방과후 활동이 진행되는 것을 알게 된 후 내린 결정이다. 이유남 교동초 교감은 “학교 규모가 작아 교사들이 아이들을 면대면으로 개별 지도하는 경우가 많다”며 “입소문이 나 다른 학교를 배정받은 학부모 중에서 교동초로 옮기기 위해 입학을 지원해 놓고 대기하는 학부모들이 많다”고 말했다.
저출산과 도심공동화 탓으로 서울에서 한 학년이 한 학급 정도인 초미니 학교의 풍경이낯설지 않게 됐다. 올해 입학예정자가 30명에 못 미치는 초등학교가 교동초를 비롯해 강서구 공진초(14명), 은평구 북한산초(21명), 서초구 언남초(25명), 종로구 숭신초(17명) 등 5곳, 50명이 안 되는 초등학교가 35곳이나 된다.
이 학교들은 통폐합의 위기에 처해있지만 교동초처럼 소규모라는 특성을 살려 신입생을 유치하기도 한다. 북한산초는 북한산국립공원 내에 위치한 학교의 자연 환경을 활용하는 야영연구 시범학교로 지정돼 생태학습을 강화했다. 학생들의 정서 발달에 도움이 되고 아토피 피부병으로 고생하던 아이들의 건강이 좋아졌다는 평이다. 올해 입학예정자가 32명인 성동구 사근초는 영어교육을 강화했다. 송원희 사근초 교장은 “학교를 졸업하면 기본적으로 영어 동요 40곡을 부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반면 인구가 많은 지역을 찾아 이전하는 학교들도 있다. 공진초는 2014년 1학기에 마곡 개발지구로, 서초구 언남초는 같은 해 2학기에 내곡동 보금자리 지구로, 종로구 숭신초는 2015년 1학기에 왕십리 뉴타운으로 이전한다.
서울 지역 초등학교 1학년생 수(4월1일 기준)는 2010년 8만2,968명에서 2011년 7만9,353명, 2012년 7만1,644명으로 매년 감소했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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