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독립의 와중에 인종청소 등 참혹한 내전의 상처를 입었던 세르비아와 코소보의 대통령이 처음으로 만난다. 유럽연합(EU) 가입을 추진 중인 세르비아가 가입 전제조건인 코소보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코소보 대통령 대변인은 “아티페트 자야가 대통령이 토미슬라브 니콜리치 세르비아 대통령과 내달 말 또는 3월 초 회동하기로 했다”고 밝혔다고 발칸 전문 뉴스 발칸인사이트가 22일 보도했다. 이번 회동은 니콜리치 대통령이 이달 초 자야가 대통령에게 제안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두 대통령은 코소보 분리독립 문제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로이터통신은 세르비아가 6월께 EU 가입 협상을 시작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 그 전에 코소보와 평화협상을 마무리 지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양측의 비극은 1989년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신유고연방(세르비아 전신) 대통령이 코소보 자치권을 박탈하면서 시작됐다. 무슬림인 알바니아계가 주민의 90% 이상인 코소보는 세르비아계(세르비아정교)에 맞서 독립을 추진했고 이는 1998년 세르비아 정부군과 코소보해방군(UCK) 간 유혈충돌로 비화했다. 이 과정에서 코소보 주민 50만명 이상이 대량학살됐다. 서방의 개입으로 분쟁은 일단락됐으나 세르비아는 코소보가 2008년 선언한 독립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코소보가 참석하는 국제회의에도 일절 참석하지 않는다.
그러나 EU가 세르비아에 가입 조건으로 코소보 독립 문제를 우선 처리하라고 주문하면서 양측 관계는 해빙 무드에 접어들었다. 경제성장을 위해 최대한 빨리 EU에 가입해야 한다고 판단한 세르비아는 2011년 초 코소보와 국경 관리 협약을 체결해 통행을 허용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양측 총리가 EU의 중재 아래 벨기에 브뤼셀에서 처음 만났다.
로이터통신은 “한때 반서방 진영의 대표이자 코소보 사태로 국제적 외톨이가 된 세르비아가 EU에 가입한다면 획기적인 사건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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