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22일(현지시간) 만장일치로 채택한 북한 장거리 로켓 발사 규탄 결의 2087호는 큰 틀에서 볼 때 기존 안보리 결의 수준을 벗어나지 않았다. 새로운 제재라기 보다 이전 제재의 확대라는 의미가 강하다. 그러나 북한에 대해 국제사회의 약속을 위반할 경우 반드시 제재를 받는다는 원칙을 확인하고, 중국도 이에 찬성했다는 점은 큰 수확으로 평가된다. 한국과 미국은 안보리 결의 2087호를 새로운 제재로 보고 있다. 중국과 밀고 당기기 끝에 지금까지 나온 4차례 안보리 대북 결의에 없던 내용이 추가된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번 결의는 북한 기관 6곳과 개인 4명을 제재 대상에 추가하고, 북한이 제재를 피하려고 대량 현금인 벌크 캐시(bulk cash)를 이용하는 것을 막았다. 또 상용품까지 포함해 군사전용이 가능한 모든 품목에 대해 거래를 금지시킬 수 있는 캐치-올(catch-all)조항도 들어갔다. 그러나 미국 CNN방송은 이를 "제재의 확대"로 해석했고, 로이터통신은 "새로운 제재라고 평가하는 것은 과장"이라는 유엔 외교관의 말을 전했다. 수전 라이스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결의안 통과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국제사회의 약속을 위반할 경우 심각한 결과가 뒤따른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내용보다 형식을 강조했다.
이번 결의에 북한이 아파할 내용이 적다 해도 중국이 결의에 찬성한 것 자체는 북한에게 엄청난 외교적 타격이다. 중국은 애초 한반도 긴장이 확대될 수 있다는 이유로 안보리 차원의 추가 결의나 제재에 반대했다. 라이스 대사는 북한의 로켓 발사 42일만에 결의가 나온 것에 대해 "사안이 복잡하고 기술적, 정치적 측면이 없지 않았다"고 해 중국과의 협상이 쉽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이런 중국이 한발 물러선 것은 미국의 압박도 작용했지만 북한에 강한 메시지를 보내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유엔 외교관들은 "이런 시점에 북한의 새로운 핵실험은 중국의 (대북 입장에 대한)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결의 내용에 6자회담 재개가 언급된 사실을 거론하며 "전체적으로 균형이 잡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결의에서 북한이 추가 로켓발사 또는 핵실험을 할 경우 '중대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한 트리거(자동개입) 조항에 군사적 제재가 포함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라이스 대사는 "유엔헌장 7조 41항에 따른 강력하고 새로운 추가 조치를 뜻한다"고 말했다. 41항은 무역과 항공ㆍ항해 차단 등 경제적 조치를, 42항은 군사적 제재를 담고 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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