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서점 알라딘이 도서정가제 반대에 기치를 올리자 창비, 김영사 등 출판사들이 알라딘에 책 출고를 중지하는 등 후폭풍이 일고 있다. 출판계는 공동 대응은 않겠지만 알라딘이 도서정가제 논의에 찬물을 끼얹은 이상 가만히 있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창비 관계자는 23일 "도서정가제가 무너져가는 출판 생태계를 살리는 첫걸음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내부 논의를 거쳐 결정했다"고 말했다. 창비는 22일부터 교과서를 제외한 모든 단행본을 알라딘에 공급하지 않고 있다.
알라딘이 17일 도서정가제 반대성명을 낸 이후 현재까지 알라딘에 도서 공급 중단 방침을 밝힌 출판사는 창비, 김영사, 사회평론, 뜨인돌, 마음산책, 돌베개 등 10여 곳으로 계속해서 참여 업체가 늘고 있다. 한 출판 관계자는 "도서를 끊겠다는 의사를 가진 출판사가 거의 70군데가 달한다"고 말했다.
출판계 내부의 분노도 폭발하고 있다. 한 출판사 편집자는 "알라딘이 도서 분류도 잘 되어있고, 인문사회 서적을 대우하는 풍토라 편집자들이 자주 이용했는데 배신감이 크다"고 말했다. 현재 회원수 500만명으로 업계 4위 업체인 알라딘은 검색하기">서울대 운동권 출신인 조유식씨가 차린 인터넷 서점이다. 출판인회의 고영은 회장은 "알라딘의 부당처사를 회원사들에게 공문으로 알리고 있으나 공식적으로 거래중지나 출고정지를 담합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9일 도서정가제 강화 법안이 발의되면서 인터넷 서점들과 공동생존을 모색하는 쪽으로 합의를 이끌어내려고 했는데 뒤통수를 맞았다"고 비판했다.
현행 도서정가제는 출간 18개월 미만인 신간에만 할인율을 10%까지 제한하고, 18개월이 지나면 할인율에 제한을 두지 않았으나, 개정안은 기간에 상관없이 신간과 구간 모두에 할인율을 10%로 제한하고 있다.
반발이 확산되자 알라딘은 22일 홈페이지에 '도서정가제 찬반을 묻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찬반 의견 모두를 개진할 수 있는 공론 게시판을 걸었다. 알라딘은 "도서정가제 반대입장에는 변함이 없지만 반대여론을 조작한다는 의견이 있어서 방식을 바꾸었다"며 "이번 사태가 감정적으로 번지지 않도록 출판사들과 대화로 풀어나갈 생각"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네티즌들은 찬반 입장이 갈렸다. 박모씨는 "도서정가제를 시행한다고 출판사를 살릴 수 있지 않으며, 책 값이 비싸지면 사람들이 더 책을 안 사는 악순환이 반복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함모씨 역시 "판매하는 쪽이 구매자를 모으기 위해 서비스 경쟁을 하는 것은 당연한 시장 원리"라고 밝혔다.
그러나 도서정가제 도입을 요구하는 김모씨는 "당장은 독자에게 불리할 것 같지만 다양한 책을 접할 수 있게 만드는 초석이 되고, 동네서점과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소형출판사를 살리는 길"이라고 강변했다. 박모씨는 불합리한 출판유통구조 등을 지적하고 "소비자로서 손해를 감수해야 하지만 출판계가 살아나지 않으면 좋은 책도 볼 수 없으므로 현재상황에선 도서정가제를 찬성한다"고 지지를 보냈다.
한편 다른 인터넷 서점 업계도 뭇매를 맞을 것을 우려해 드러내놓고 의견을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알라딘에 동조하는 입장이다. 예스24 관계자는 "기존 출판문화산업진흥법 시행규칙 제9조2항에 규정된 10% 이내의 마일리지, 쿠폰 등 경품 조항을 일방적으로 삭제한 이번 개정안은 독자들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개정안이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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