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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형저축

입력
2013.01.23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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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형저축의 본딧말은 근로자재산형성저축제도다. 목돈 마련을 위한 근로자 장기저축을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국가가 금리 및 세제 우대조치를 해주는 시책이다. ‘새벽종이 울렸네’로 시작되는 새마을운동가가 온 나라에 가득했던 1976년에 도입됐다. 가난했지만 기운찼던 그 시절, 월급 25만원 이하 직장인들의 급여표엔 아예 재형저축 공제항목이 있어 눈 딱 감고 월급에서 돈을 떼어 저금했다. 그게 70년대 젊은이들에게 결혼하고 애 키우고, 집 사는 밑천이 됐다.

▦70년대는 ‘저축증대에 관한 법률’까지 제정돼 저축증대운동이 강력히 전개됐던 시기이기도 했다. 초등학생도 의무적으로 저금통장을 가져야 했고, 선생님들이 잔고를 검사했다. 고도성장기 산업 투자재원의 해외 의존도를 낮추려는 국가시책이었다. 그 때의 기풍이 이어져 개인ㆍ정부ㆍ기업을 합친 국민저축은 서울올림픽이 열린 88년엔 국민총생산(GNP)의 41.5%까지 높아졌다. 나라에 돈이 그득해진 것이다.

▦국민저축률은 그 때를 정점으로 점차 하락했다. 외환위기 때인 97년엔 35.69%, 지난해엔 30.41%까지 떨어졌다. 개인저축률의 하락세는 더욱 가팔라 88년 18.7%였던 게 지난해엔 4.3%로 추락했다. 국민소득 2만 달러 때 미국 16.8%, 독일 23.3%였던 것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국내 개인저축률 하락의 주요 원인은 외환위기 이래 소득 정체와 부채 증가 등에 따른 가계의 악화일 것이다. 산업 투자재원으로써 국민저축의 중요성이 희석되면서 95년 재형저축이 폐지된 것도 원인일 것이다.

▦하지만 개인저축의 몰락을 팍팍해진 민생 탓으로만 돌릴 순 없는 것 아닐까. ‘그 때 그 시절’을 돌이켜 볼 때, 알게 모르게 씀씀이가 헤퍼지고 근검의 기풍이 해이해진 건 아닐까. 여대생들까지 명품 핸드백 하나쯤 없어서는 안 되는 풍조, 집 보다는 자동차라며 수입차 5대 중 1대를 30대 직장인이 몰고 있다는 현실이 씁쓸하다. 18년 만에 재형저축이 부활돼 이르면 3월부터 상품이 나온다고 한다. 근검의 기풍이 되살아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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