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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반도체 백혈병' 협상에 전향적 자세 보이길

입력
2013.01.23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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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반도체공장 백혈병 피해자 지원단체인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이 삼성전자의 대화 제안을 수용했다. 반올림은 그제 기자회견에서"삼성전자 직업병 문제를 해결하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대화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삼성전자는 "백혈병 발병자와 유가족을 직접 만나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음을 분명히 한다"며 협상을 제안했다. 삼성 반도체 백혈병 사태의 해법을 찾기 위한 대화의 장이 6년 만에 열리게 됐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삼성전자 직업병 문제는 삼성전자 반도체라인에서 일했던 노동자 황유미씨가 2007년 3월 백혈병으로 숨지면서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이를 계기로 발족한 반올림이 유사한 피해자들의 사례를 모아 집단 산업재해를 신청하면서 공론화됐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백혈병이 직업병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반올림 측의 사과와 대화 요구를 줄곧 거부해왔다. 이런 와중에 황씨 등 삼성전자 노동자 4명은 법원과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재 판정을 얻어냈다. 백혈병과 뇌종양, 유방암 등을 호소하며 반올림에 신고한 피해자 160여명 가운데 극히 일부에 불과하지만 반도체공정의 직업병이 인정됐다는 점에서 전향적인 변화의 분위기로 해석됐다.

반도체 공장의 백혈병 문제는 글로벌 기업 삼성으로선 마냥 외면할 수 없는 쟁점이 됐다. 국제 학술지가 삼성 백혈병을 비중 있게 다루는 등 이미 외국 언론과 학자들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국내 차원에서도 경제민주화가 이슈로 부각된 마당에 더 이상 문제를 덮는 것만이 능사가 아닌 상황이다.

삼성전자 측은 앞으로 진행될 협상에서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 백혈병 등 직업병에 시달리고 있는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는 물론 치료와 보상에 진지하게 임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매출 201조원, 영업이익 29조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린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여기에는 직원들의 땀과 노력이 밑바탕이 됐음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초일류 기업에 걸맞게 삼성이 노동자들의 건강과 인권을 최우선시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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