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이면 마음 설레는 설이고, 빨리 해결의 실마리가 풀렸으면 좋겠습니다. 당장 모든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건 어렵다는 걸 우리도 잘 알고 있고 사측이 단계적으로 전원 정규직화하겠다는 약속만 한다면 내일이라도 당장 (철탑을) 내려갈 수 있습니다."
혹한 속에 철탑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천의봉(32) 사무장이 23일 담담히 말했다. 천 사무장은 지난해 10월17일부터 현대차 사내하청 해고 노동자인 최병승(37)씨와 현대차 울산3공장 인근 송전탑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농성은 24일로 100일째다. "이제 철탑 생할에 적응해 크게 불편한 점은 없다"는 천 사무장은 "100일이라는 시간에 연연하지 않고 불법파견 문제가 풀리기만을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파견 비정규직 전원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시작된 철탑농성이 100일, 현대차 불법파견이 처음 사회 문제로 떠오른 지 10년째지만 이 문제는 아직도 답보 상태다. 대법원이 2010년, 2012년 최병승씨에 대해 불법파견을 인정한 후 비정규직 노조는 사측에 비정규직 전원의 정규직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일부만 신규채용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화로 풀기 위해 사측-정규직 노조-비정규직 노조가 참여한 특별교섭도 지금은 중단된 상황이다.
비정규직 노조 관계자는 "25, 28일 부분 파업을 하고 사측과 직접 교섭을 논의하는 간담회를 열 예정"이라며 "무한정 농성을 이어갈 수 없는 만큼 여러 방향으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고용부와 검찰의 불법파견 수사가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고용부 울산지청은 울산지검의 지휘로 21일부터 3일 동안 현대차 울산공장 47개 사내하청 업체를 대상으로 현장조사를 벌였다. 금속노조가 2010년 9월과 지난해 6월 파견법 위반으로 고발한 데 따른 것이다. 울산지검 관계자는 "현장조사와 보완수사가 마무리되면 대법원 판결 취지 등을 고려해 수사를 마무리할 것"이라며 "사건이 지체된 만큼 최대한 빨리, 철저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날 서울 대한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04년 노동부가 불법파견 판정을 내린 지 꼬박 10년의 세월이 흐르고 대법원에서 두 번씩이나 불법파견 판결을 내렸지만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았다"며 "현대차는 100일간 철탑에 매달린 비정규직의 절규를 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시민사회단체들은 26일 전국에서 '현대차로 떠나는 2차 희망 버스' 행사를 진행, 울산 철탑농성 현장에서 집회를 열 예정이다.
울산=목상균기자 sgmok@hk.co.kr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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