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패션기업들은 중국 시장을 노리고, 중국의 패션업체들은 한국 기업을 노린다. 최근 들어 양국 패션기업들이 서로 안방을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지만, 진출방식은 이같이 엇갈리고 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해외 SPA(해외·유통일괄형 의류) 브랜드의 맹공에 시장을 잠식당한 국내 패션업체들이 중국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중견 패션 브랜드 신원은 지난 21일 중국의 패션기업 정영복장무역유한공사와 15년간 여성복 브랜드 '비키(VIKI)'를 중국에서 독점 판매하는 계약을 맺었다. 1995년 국내에 처음으로 선보인 비키는 18년간 지속적으로 성장해온 여성 캐주얼 브랜드이다.
양측은 5년 내 매출 1억4,000만위안(약 252억원)을 올리고 320개 매장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이번 진출은 지난해 12월 남성복 지이크와 지이크 파렌하이트 브랜드를 중국 카누딜로사와 20년 독점 판매 계약을 체결한 데 이은 것이다. 중국에서는 마케팅 비용이 국내보다 적게 들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바탕으로 제품 가격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이미 중국 내 1,200여개 백화점 유통망에서 2조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이랜드는 최근 47년된 미국 스포츠 브랜드 케이스위스를 인수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나 국내보다 중국 시장을 보고 인수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랜드는 국내와 중국에 독점 유통하고 있는 운동화 뉴발란스와 함께 케이스위스를 중국 스포츠 시장에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반면 중국 패션업계들은 국내 패션업체들을 인수합병(M&A)하고 있다. 의류브랜드 'BNX'로 유명한 아비스타(중국 최대 패션의류수출기업 디샹그룹), 여성 영캐주얼 업체 연승어패럴(중국 패션업체 산둥루이), 인터크루 캐주얼(중국 의류 생산업체 안나실업), 국내 유아복업체 서양네트웍스(홍콩 명품유통전문업체 리앤펑)가 잇따라 중국 패션기업에 넘어갔다. 국내 SPA브랜드인 코데즈컴바인도 중국자본 유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업체들이 자본력은 풍부하지만 디자인과 상품기획력이 떨어지는 게 흠. 때문에 인지도 높고 디자인 노하우를 축적한 국내기업 인수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의류시장은 2011년 70조원에서 매년 15%이상 성장하고 있는 만큼 국내 업체들에겐 좋은 기회"라며 "다만 국내 브랜드가 중국기업에 지금처럼 계속 인수된다면 부메랑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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