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조작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케이블 증권방송 출연 투자전문가 등이 국가정보원 직원을 사칭한 지방 도시의 동장에게 사건 무마 청탁을 하며 금품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 강남일)는 천안시의 한 동사무소 전 동장 김모(53)씨를 증권 시세조종 혐의로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던 증권 애널리스트 L(54ㆍ불구속 기소)씨와 투자자 신모(50ㆍ구속 기소)씨로부터 현금 8,000만원 등을 뜯어낸 혐의(사기 등)로 구속 기소했다고 23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케이블방송에 출연하던 L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증권투자 카페에 유료회원으로 가입한 뒤 L씨를 만나 자신을 "국정원 직원 장모"라고 소개했다. 김씨는 이후 2011년 9월 L씨로부터 '금융감독원에서 시세조종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으니 무마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두 차례에 걸쳐 현금 3,000만원과 고급 양주 1병을 받아 챙긴 혐의다.
김씨는 또 L씨에게 '꽃값'(종목 추천 수고비)을 대준 혐의로 L씨와 함께 금융당국의 조사 대상이 됐던 투자자 신씨로부터도 같은 내용의 청탁과 함께 두 차례에 걸쳐 현금 5,000만원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김씨가 주식 투자에 실패해 돈이 궁해지자 이들을 상대로 사기를 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앞서 지난 21일 신씨를 L씨에게 수 차례에 걸쳐 총 3억5,000만원을 건네고 특정 종목을 추천하도록 해 주가를 띄운 혐의(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로 구속 기소하고 L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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