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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와 통상교섭 업무 분리 재검토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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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와 통상교섭 업무 분리 재검토 돼야

입력
2013.01.23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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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진환

전 한국일보 주필ㆍ외교정책 평론가

워싱턴 포스트 기자 댄 모건이 1979년에 펴낸 (merchants of grain)이란 책에는 미국 루이지애나 주 농민들이 헨리 키신저야말로 ‘최고의 세일즈맨’이라고 환호하는 대목이 나온다. 자신들이 생산해서 남아도는 쌀을 키신저가 해외에 가장 잘 팔아주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키신저가 쌀장수를 했다는 얘기는 아니다. 미 국무장관의 중요한 업무 가운데 하나가 잉여농산물을 해외에 내다파는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인수위가 정부조직 개편작업 결과를 발표했다. 여기서 나의 관심을 끄는 대목은 외교통상부의 기능축소다. 통상교섭 기능을 신설 산업통상자원부로 이관한다는 것이다. 국회의 심의 의결 과정을 남겨놓고 있기에 섣부른 예단은 않겠다. 하지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는 시대의 흐름을 거꾸로 돌려놓는 일이다.

통상교섭 기능이 산업자원부(구 상공부)에서 외교부로 옮겨 온 것이 김대중(DJ) 정부 때의 일이다. 나는 DJ정부의 치적 가운데 가장 잘 한 일을 꼽으라면 통상교섭 기능을 외교부로 옮겨 외교통상부로 확대 개편한 일이라고 단언한다. 오늘날 외교 업무 가운데 70~80%이상은 통상 등 경제관련 업무다. 경제에 관한 한 식견을 가진 DJ의 선견지명이다.

특히 무한경쟁 상황에서 국가간 통상교섭 업무는 고도로 숙련된 통상전문 외교 인력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제적인 추세도 그렇다. 외교부에 통상교섭 업무가 주어진 이래 우리는 많은 실익을 챙겼다. WTO(세계무역기구) 체제에서 선제적인 FTA(자유무역협정) 체결로 수출시장을 착착 확보해왔다. 정부조직을 대폭 손질했던 이명박 정부도 통상교섭 업무가 외교부에 있는 현 상황에 손대지 않았다. 이 대통령이 실물경제라도 경제를 어느 정도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부처의 소관 업무 조정은 미래를 내다보고 또 과거도 돌아 볼 줄 아는 안목을 갖고 추진해야 한다.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한 단견이나 부처이기주의에 매몰되면 국가의 대계를 망치게 된다.

해외출장 중에 김성환 외교통상장관이 급거 귀국했다고 한다. 인수위를 설득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김 장관도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경제학도다. 경제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이 외교부에 몰려들도록 해야 한다. 경제 마인드나 경제부처 경험을 가진 이들이 외교업무에서 역량을 발휘한 사례는 많다. 외무고시 7회 출신만 해도 세 사람이 있다.

미국 FMS(해외군사판매)차관에 의한 신무기 도입 등 국방부 업무가 국제화할 때 최광수 전 외무장관은 국방부 차관보로 징발됐다가 차관을 지내고 돌아 온 일이 있다. 그에 앞서 황병태 전 국회의원은 외무부에서 근무하다 경제기획원으로 징발돼 5개년 경제개발을 위한 외자도입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바 있다. 노태우 정부 땐 최호중 전 장관이 상공부차관으로 발탁됐다가 뒤에 장관으로 돌아온 일이 있다.

통상이든 무엇이든 대외교섭 업무는 외교부에 맡기는 것이 최상이다. 그간 우리나라도 외교 현대화 계획을 활발히 논의한 적이 몇 차례 있었다. 미 국무성처럼 우리의 외교부를 초 실세부서, 즉 ‘슈퍼 미니스트리’로 만들자는 게 요체였다. 부존자원 하나 변변치 않은 나라, 경제의 해외의존도가 90%가 넘는 나라에서 앞으로 살아갈 길은 이 길밖에 더 있겠는가?

하지만 부처이기주의에 함몰돼 좌초되고 말았다. 외교부의 역할이 더욱 필요한 때에 외교부의 힘을 빼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외교부 강화는 박근혜 정부가 성공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 외교통상부에서 통상교섭 기능을 떼 낸 것은 재검토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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