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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사체 검안현장서 첫 만남이 결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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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사체 검안현장서 첫 만남이 결혼까지

입력
2013.01.23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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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어느 날 오후 4시쯤, 서울 용산경찰서 과학수사팀 김재원(32) 경위는 쉬는 날이었지만 “한강에서 시신이 발견됐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모처럼 같은날 저녁 7시에 잡은 데이트를 취소해야 할 것 같아 남자 친구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사건 현장인 동작대교 북단의 풀 숲에 도착하고선 미안함이 싹 사라졌다. 서울법의학연구소에서 법의학자로 일하는 남친 강태훈(36)씨가 먼저 도착해 경찰의 현장감식을 기다리며 주변을 살피고 있었기 때문이다. 강씨 역시 이날 휴무였으나 출동했던 것이다. 최근 강씨와 결혼한 김 경위는 “그 때는 남몰래 비밀연애를 하고 있던 때라 남편한테 뭐라고 말은 못하고, 손으로 입을 가린 채 웃기만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경찰 과학수사요원과 법의학자 커플 1호가 탄생했다. 7개월여 열애 끝에 지난달 30일 웨딩마치를 올린 김재원 강태훈씨 부부다.

두 사람은 지난해 봄 한 서울 한남동 순천향대병원에서 처음 만났다. 변사체를 확인하러 간 김 경위가 역시 사체검안을 위해 병원을 찾은 강씨와 마주쳤다. 경찰대를 나와 2010년부터 과학수사 요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씨는 “변사사건이 나면 법의학자들도 시신을 살펴 보고 경찰에 의견을 제시하는 식으로 자문역할을 한다”며 “남편이 군의관을 마치고 서울법의학연구소로 부임해 만났던 것”이라고 말했다.

둘은 지난해 6월 급격히 가까워졌다고 한다. 병원에 접수된 타살 의심 변사체를 보고 정밀분석을 위해 현장으로 간 두 사람이 곳곳에 피가 묻은 현장을 보고 곧장 추가인력을 요청한 뒤 2시간 가량 대화를 나눈 게 계기다. 하는 일이 비슷하다 보니 말이 잘 통한 걸 느낀 강씨가 데이트를 신청한 것이다.

이들은 결혼식 이틀 전까지도 현장에 나가 시신을 확인해야 했지만, 누구보다 상대방의 일을 잘 이해하기에 더 힘이 난다. “힘들 때도 있지만 신원을 알 수 없는 시신을 확인해 사건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거나, 유족을 찾아 인계할 때 특히 보람을 느낍니다. 주변에서는 ‘국가가 장려해야 할 커플’이라고 부르지요.”(김씨)

순천향대에서 법과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김씨는 과학 수사 분야 전문가가 되는 게 목표다. “결혼식 때 주례를 봐주신 이윤성 서울대 의대 교수님께서 ‘사회에 보탬이 되는 부부’가 되라고 하셨어요. 사회에 도움이 되는 커플이 되고 싶습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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