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는 강철 체력의 소유자 서리나 윌리엄스(32ㆍ미국ㆍ랭킹3위)가 무너졌다. 전문가들은 최근 수년간 톱10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선수가 메이저대회 준결승에 오른 전례가 없었다며 2013 호주오픈테니스 최대 이변으로 꼽는데 주저함이 없다. 지난해 윔블던과 런던올림픽, US오픈을 휩쓰는 등 20연승을 달린 윌리엄스를 무너뜨린 주인공은 듣도 보도 못한 일명 '듣보잡'이기에 테니스계의 충격은 더하다.
미국의 '신성' 슬론 스티븐스(20ㆍ25위)가 23일 열린 호주오픈 여자단식 8강전에서 윌리엄스를 맞아 세트스코어 2-1 (3-6 7-5 6-4)역전승을 거두고 준결승에 올랐다. 스티븐스는 랭킹 50위내 선수 중 유일하게 만20세 미만이다. 윌리엄스가 2001년 US오픈에서 같은 나이에 준결승에 오른 이후 미국선수론 12년만에 틴에이저의 4강행이다.
외신들도 윌리엄스와 피부색이 같은 스티븐스의 혜성 같은 등장에 '제2의 서리나 윌리엄스?... 꼭 그렇지만은 않다'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스티븐스를 조명하고 있다. 하지만 스티븐스는 애시당초 윌리엄스와 비교조차 안 되는 커리어의 소유자다. 윌리엄스가 통산 메이저 트로피만 15개를 수집해 여자 선수 역대 5위에 올라있는 '거물'인데 반해 스티븐스는 프로 3년차 무명의 '햇병아리'기 때문이다. 나이도 윌리엄스와 띠동갑인 열 두살 아래다. 윌리엄스가 여자프로테니스(WTA)투어 우승컵 단복식을 합해 69개(단식47ㆍ복식22)를 따내는 동안 스티븐스는 단 1개도 건지지 못했다. 메이저대회 최고 성적도 지난해 프랑스 오픈 16강 진출이다. 굳이 성적을 꼽는다면 투어대회보다 2단계 아래인 서킷대회 1번 우승이 고작이다. 하지만 스티븐스에게도 믿는 구석이 있었다. 2010년 3개 메이저 대회(프랑스, 윔블던, US)주니어 부문 복식 우승을 차지해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미 프로풋볼 선수였던 아버지와 수영선수 출신의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운동신경도 한 몫 했다. 아홉 살때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테니스라켓을 처음 잡은 스티븐스는 170㎝에 61㎏에 불과한 체구지만 순발력 있는 네트플레이가 인상적이다. 이날도 20차례의 네트플레이 중 18번을 성공시켜 90%의 적중률을 자랑했다.
경기가 끝나자 마자 어머니에게 문자로 이겼다는 소식을 전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힌 스티븐스는 "순식간에 200여개의 축하 메시지가 휴대폰에 쏟아졌다"며 "트위터 팔로워도 1만7,000명에서 3만5,000명으로 늘어났다"며 감격해 했다. 스티븐스는 디펜딩 챔피언 빅토리아 아자렌카(24ㆍ벨라루스ㆍ1위)와 결승진출을 다툰다.
남자부에선 앤디 머레이(26ㆍ영국ㆍ3위)가 제레미 샤디(26ㆍ프랑스ㆍ36위)를 3-0(6-4 6-1 6-2)으로 일축하고 4강에 합류했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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