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날이 올줄 알았다. 교육인적자원부와 과학기술부가 한솥밥 먹는 코미디 같은 동거가 5년 만에 종지부를 찍게 됐기 때문이다. 과학기술 분야가 신설되는 '공룡 부처'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라고 해두자)로 넘어간다고 한다. 처음부터 '한 지붕 두 가족'은 참으로 이상한 조합처럼 보였는데, 박근혜 정부도 이걸 간파한 것 같다. 물과 기름이 섞일 수 있다는 이명박 정부의 오만을 박 당선인이 심판한 측면도 있다.
교육과 과학이 합쳐지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는 애초부터 무리였다. 이질적인 DNA 2개를 융합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겠다는 발상이 잘못됐고, "조직만 골병들게 할 것"이라는 우려 역시 확산됐지만 서슬퍼렀던 이명박 정권 점령군에겐 통할리 없었다. 그래도 이런 기류는 교과부를 줄곧 지배했다. 정부가 바뀌면 교육부 출신이나, 과기부 출신이나 헤쳐모이게 될거라고. 소위 '도로 교육부', '도로 과기부' 체제를 꿈꿨다는 얘기다. 그랬다면 그 '꿈'은 이뤄졌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5년이라는 짧지 않은 '혼숙'은 막을 내리게 됐지만, 흡사 '멘붕 스쿨'을 연상케하는 장면들이 한때 도드라졌다. 미래부가 교과부의 과학기술 업무를 가져가고, 기존의 교육 업무는 옛 교육부가 맡는 것 까지는 확정됐으나, 대학 업무가 뜨거운 감자였다. 미래부에 편입시켜야 한다는 얘기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쪽에서 나돌았다. 카이스트 교수 출신의 과학 분야 인수위원이 주도한다는 게 정설이었다. 과학자가 교육기관인 대학을 교육부가 아닌 미래부, 구체적으로 적시하자면 옛 과기부가 맡아야 한다고 나선 이유가 가당찮았다. 대충 이런 논리다. 지금 교과부의 대학 업무가 과기부 몫인 2차관 소속이어서 과학기술 분야 업무를 담당할 미래부에 대학 기능이 주어져야 한다는 거다.
미래부가 대학 업무를 끌고 가겠다는 건 부처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짓이라고 봤다. 창의력과 상상력이 십분 가미된 과학기술을 육성시켜 새로운 성장을 열어가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슈퍼 부처'가 손 댈 영역은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기초과학을 육성하고, 미래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일자리를 만드는 사령부가 대학 업무를 가져가서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우려됐으나, 어제 대학 지원 업무는 교육부에 맡기는 쪽으로 결론 났다. 이게 끝이 아니다. 대학 교육의 현장성 강화를 위해 필수적인 게 산학협력인데, 이것 역시 박 당선인 공약에 들어 있는 '지역 대학 활성화'를 떠올리면 답은 나온다. 미래부 영역이 아니라는 뜻이다.
사실 대학 업무를 미래부가 관장하더라도 감당이 안 되리라는 건 뻔한이치였다. 미래 먹거리를 기획하고 실천해나가야 할 미래부가 대입시에 매달리거나, 복잡하기 짝이 없는 사학 문제에 발목이 잡히고, 대학 구조조정과 재정지원 사업 따위에 골몰하는 모습은 얼마나 우스운가. 미국의 연방 교육부나 일본의 문부성이 유치원부터 초중등, 고등교육에 이르기까지 유기적인 연계성을 지속해가는 걸 인수위가 인지했다면 미래부가 대학 업무를 관장해야 한다는 식의 발상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쉬움은 또 있다. 신설 부처 업무 논의엔 효율성이 가장 우선해야 한다. 새 정부가 들어서는 시점에선 핵심이다. 새 부처가 관련 업무를 감당할 능력이 있는지 파악하는 게 1차적으로 중요한데, 미래부 업무 영역 조정 논의엔 부처 헤게모니가 작용했던 것 같다.
미래부의 과학기술 업무는 기초과학 육성에 초점이 맞춰지는 게 옳다. 과학계 스스로 '잃어버린 5년'이었다고 표현할 만큼 홀대 받았다고 여긴다면, 미래부는 이걸 만회할 무대가 되고도 남는다. 과학계가 대학 업무라는 잿밥에 관심을 둘 정도로 한가하진 않다. 이공계 출신 대통령이 과학기술 분야를 키우기 위해 만든 미래부가 과학 비상의 토대가 되도록 하는 게 과학계의 과제다. 그게 박 당선인이 지향하는 창조적인 미래 구상에도 부합한다.
김진각 여론독자부장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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