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이 전깃줄로 목을 감아 개처럼 끌고 다녔어요. 화장실에서 물고문을 하기도 했고요. 괴롭힘을 이젠 견딜 수 없어요. 먼저 가서 100년이든 1,000년이든 가족을 기다릴게요.' 2011년 12월 20일 권승민군은 이 같은 유서를 남기고 대구 수성구의 아파트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아버지에게 "자살하면 기분이 어떨까요"라고 물은 지 50일 만이었다. 14살 권군의 시신은 새파란 멍, 초록색 멍, 불그레한 색, 노란색으로 변해가는 멍 자국으로 오랫동안 지속된 구타의 흔적을 말해줬다.
법원은 가해학생 두 명에게 징역형을 내렸고, 가해자 부모와 학교에 민사상 책임도 물었다. 언제나 그랬듯 관련 부처들은 앞다퉈 학교폭력 예방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미봉책일 뿐, 교육 현장에서 그럴 듯한 효과를 내지 못했다. 권군의 어머니 임지영씨는 "뉴스와 대책들이 많이 나와 학생 자살이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KBS 2TV 연중기획 '폭력 없는 학교'는 23일 밤 11시 20분 학교 폭력의 심각성을 일깨우고 학교와, 교사, 학생과 학부모의 솔직한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이 무엇인지 찾아보는 계기를 다시 한 번 마련한다.
계속되는 학교 폭력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학교와 관계자들이 각종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울산의 한 중학교에서는 독특한 방식으로 학생과 교사가 함께하는 시간을 마련하고 있다. 학생과 교사가 1박 2일을 함께 보내며 요리도 하고, 게임도 하면서 딱딱한 사제지간을 넘어 공감대를 형성하는 '티처 홈스테이'다. 이렇게 학생들이 마음을 문을 열자 학교 폭력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학교 폭력 대책의 시작도 소통에 있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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