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프리카 말리 사태가 독일과 프랑스의 우호관계를 평가하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2차대전의 앙금을 씻고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을 함께 이끌고 있는 두 나라가 말리 사태에서는 우호관계가 무색할 만큼 큰 시각차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AP통신에 따르면 독일은 21일 말리 내전에 개입한 프랑스군이 사용할 무기를 독일 수송기에 실어 말리까지 공수해 달라는 프랑스의 요구를 거절했다. 독일 국방부는 해외 군사활동에 의회승인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규정을 들어 난색을 표했다. 프랑스는 앞서 유럽연합(EU) 공수사령부가 관할하는 네덜란드 아인트호벤 공군기지의 독일 수송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독일 정부에 요구했다. 독일은 프랑스의 말리 사태 군사개입을 찬성하면서도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고 있다. 독일 주간 슈피겔은 “독일이 프랑스와의 우호관계에 조금 손상을 입더라도 말리 사태에 말려들지 않으려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과 영국 등은 수송기 등 프랑스군을 간접 지원하고 있다. 독일은 프랑스 주도로 서방이 2년 전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을 몰아낸 리비아 내전에 군사개입을 했을 때도 끝까지 군사적 지원을 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그럼에도 양국의 우호관계가 유지되는 것은 2차대전 종전 68년이 지난 지금까지 프랑스가 독일의 군사력 부활을 걱정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양국 우호관계보다 독일의 군사력 부활이 프랑스에게는 더 신경쓰이는 일이라는 것이다.
독일 베를린에서는 21일부터 이틀 일정으로 1963년 상호 우호관계를 약속한 엘리제조약 체결 50주년 기념 양국 정상회담이 열리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회담에서도 말리 군사개입에 대해서는 직접 언급을 피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두 정상은 서로 의심이 많다”며 “22일 기념행사는 위선의 축제”라고 폄하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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