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현지시간) 워싱턴 내셔널몰(의사당과 워싱턴기념탑을 잇는 광장)은 이른 아침부터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식장에 입장하려는 이들로 긴 행렬을 이뤘다. 4년 전의 180만명보다는 적었지만 재선 대통령 취임식에 모인 인파로는 최대였다.
오바마 부부와 조 바이든 부통령 부부가 오전 9시 성 요한 교회에서 아침예배를 하는 것으로 시작한 취임 행사는 의회 취임식 및 오찬, 백악관행 거리행진, 무도회 순으로 밤 늦도록 계속됐다.
검은색 정장 및 푸른색 넥타이 차림으로 취임식에 참석한 오바마는 전날에 이어 존 로버츠 대법원장 앞에서 취임선서를 했다. 지미 카터, 빌 클린턴 등 전직 대통령 부부들은 중앙무대에 앉아 행사를 지켜봤지만 조지 H 부시와 아들 조시 W 부시 전 대통령은 병환 등을 이유로 불참했다. 인근에서는 총기규제 강화, 무인기(드론) 전략 등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기념 오찬을 마친 오바마는 오후 3시20분께 가족들과 대형 캐딜락 리무진을 타고 백악관을 향해 행진했다. 리무진에는 ‘대표 없는 과세’라는 문구가 적힌 번호판을 달았다. 연방의원 선출권이 없는 워싱턴 주민의 항의가 담긴 번호판으로, 이를 관용차에 단 대통령은 클린턴에 이어 오바마가 두 번째다. 총 2.4㎞를 이동하는데 걸린 시간은 65분. 오바마 부부는 행진 20분 만에 차에서 내려 거리의 인파에 손을 흔들며 7분간 걸었고 백악관 앞길에서 한번 더 내려 정문을 걸어 통과했다.
오바마는 오후 8시45분께 워싱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무도회에 참가했다. 연미복에 흰색 나비넥타이를 맨 오바마는 빨간 벨벳드레스를 입은 미셸과 함께 팝가수 제니퍼 허드슨이 부르는 ‘함께 있어요(Let's Stay Together)’에 맞춰 춤을 췄다. 미셸의 드레스는 4년 전 무도회 때 입은 흰색 드레스를 만든 대만계 미국 디자이너 제이슨 우의 옷이다. 오바마 부부는 워싱턴 곳곳의 연회장에 들르는 것으로 취임 행사를 마무리했다.
뛰어난 패션감각을 자랑하는 미셸은 취임식에서 평소와 달리 앞머리를 가지런히 잘라 이마를 덮는 뱅(bang) 헤어스타일을 선보였다. 의상은 평소 즐겨 입는 미국 디자이너 톰 브라운의 감청색 체크무늬 코트와 중저가 브랜드 제이크루의 벨트 및 장갑을 착용했다. 미셸의 이날 의상은 국립문서기록소인 내셔널아카이브에 보관된다. 두 딸 말리아와 사샤는 각각 자두색, 보라색 코트를 입었다. 뉴욕타임스는 사춘기에 들어선 두 소녀가 취임식 내내 지루해하는 표정이었다고 전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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