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후세인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열린 2기 취임식에서 진보적 가치의 구현을 국정과제로 제시하면서 인종과 당파를 떠나 통합과 화합으로 위대한 미국을 건설하자고 호소했다.
오바마는 “시대가 바뀌면 우리도 바뀌어야 한다”며 “새로운 도전에 새로운 응전의 원칙이, 자유의 진전을 위한 집단적 행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바마의 취임사는 ‘하나의 국가, 하나의 국민'을 주제로 17분 동안 계속됐으며, 대부분 국내 이슈에 한정됐다. 경제위기와 두개의 전쟁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 4년 전 첫 취임사에 비해 개인적 신념과 정부의 진보적 역할을 다소 추상적으로 밝힌 것이 큰 차이다.
오바마는 당면한 진보적 과제로 빈부격차, 이민법 개정, 총기규제, 동성애 권리 인정, 기후변화 대처를 제시했다. 동성애 문제의 경우 “여성권리 및 흑인인권 운동의 연장선에 있는 평등의 문제”라며 “해결은 우리 세대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현 상황에 대해서는 “10년의 전쟁이 끝나가고, 경제는 회복을 시작했다”며 “미국의 가능성은 무한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중산층의 번영이 곧 미국의 번영”이라며 “소수만이 잘 살 때 국가는 성공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원칙과 절대주의, 정치와 구경거리, 토론과 비방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해 보수진영의 반대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번 취임사에 대해 진보진영 내에서조차 ‘매우 진보적인 성명’이란 평가가 나온다. 1980년대 신자유주의 기수 역할을 한 공화당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처럼 오바마가 ‘진보진영의 레이건’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보수진영은 “오바마가 취임사에서도 타협이나 다른 의견에 귀 기울이는데 여전히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대외정책에 대해 오바마는 항구적 평화를 위한 전쟁 반대, 민주주의에 대한 지원을 언급했다. 북한ㆍ이란의 핵문제 등 국제사회 현안에 대립보다 대화를 우선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안에 어떤 방식으로 개입할지는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그는 “항구적 평화와 안정이 반드시 전쟁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고 해 또 다른 전쟁에 나서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동맹국을 향해서는 “미국은 전세계 모든 곳에서 동맹국의 지지축이 될 것”이라고 확인한 뒤 “아시아에서 아프리카까지, 미주에서 중동까지 전세계의 민주주의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오바마는 4년 전 취임사에서 전쟁을 뜻하는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겠다고 말한 뒤 리비아ㆍ시리아 사태에 군사력을 동원하지 않았다.
이날 워싱턴 의사당 서쪽 계단 특별무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오바마는 부인 미셸이 지켜보는 가운데 존 로버츠 대법원장의 주재로 취임선서를 했다. 오바마는 자신의 이슬람식 가운데 이름인 ‘후세인’을 또렷하게 발음했다. 취임식 뒤 오바마는 지미 카터, 빌 클린턴 등 전직 대통령 부부 및 민주ㆍ공화 양당의 지도부와 오찬을 함께 했고, 이어 의회에서 백악관까지 1시간 동안 거리행진을 했다. 취임식에는 예상보다 많은 100만여명이 참가한 것으로 추산됐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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