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일푼으로 만화천국 日 유학 정식 데뷔까지 험난한 여정지난해 日 신인만화상 입선 비주류인 에코만화 가능성 확인 '생채식 전도사'로도 종횡무진
배준걸(34)씨는 만화의 천국인 일본과 국내를 오가며 환경만화를 그리고 생채식 다이어트를 전파하는 만화가다. 일본에서 잘 나가는 대중만화 소재 대신 환경문제에 천착했고 그 일환으로 친환경 다이어트 운동을 4년째 펼치고 있다.
일본 잡지 연재를 위해 도쿄 작업실에 머물고 있는 배씨를 22일 전화로 만났다. 그는 한국에는 한 달에 한 번 정도만 들르는 등 일본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다이어트 전도사이자 만화가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환경을 만화로 그리게 된 계기는 건강한 몸을 만들고 지구 환경도 지킬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에코 만화가 아니면 그리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습니다. 환경운동가 존 로빈스의 이란 책을 읽었는데, 동물들이 잔인하게 도살되는 현실이 가슴이 아프더군요. 채식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죠." 2009년 당시 한국의 방송프로그램인 '출발 드림팀'과 흡사한 일본 TBS의 '사스케' 출연 요청을 받고서 식스팩을 보여주려 운동을 시작했다가 실패한 후에 접한 생채식 다큐멘터리를 보고 실행하기 시작했다. "한 2주 정도 생채식을 하며 운동을 했는데 생각보다 쉽게 식스팩이 생기더라고요. 일반인들한테 전파시키면 인간도 건강해지고, 동물도 편하게 살 수 있고, 환경도 지키는 '3박자'가 가능하겠다 싶더군요. 동물학대나 환경운동에는 사람들이 귀를 닫으니, 가장 관심이 큰 다이어트를 만화로 재미있게 그려보자고 한 거죠."
배씨는 일본에서 만화가로 데뷔했다. 서울 산업대 금속공예학과를 다니다 무일푼으로 일본 유학을 감행해 만화가의 꿈을 키우다 쇼가쿠칸, 하쿠센샤 등 유명 출판사의 신인만화 공모전을 통해 입상했다. 이후 2005년 만화잡지 '코믹번치'를 통해 데뷔한 후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말도 제대로 못하는 채로 무작정 일본으로 건너가 전단지 돌리는 것부터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습니다."
정식 데뷔하기까지의 과정은 그야말로 험난했지만 꾸준히 만화를 그려 2012년에는 고단샤가 주최하는 최고 권위의 신인만화상 '치바 테츠야상'에서 입선(2등)하는 등 주목을 받고 있다. 수상작인 '규동'은 주인공이 환경을 마구 훼손할수록 오히려 깨끗해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그린 만화로, 소년만화가 주류인 일본 업계에서도 비주류 장르인 환경만화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의미도 크다. 그는 "에코라는 테마가 쉽진 않지만 잘만 만들면 가능성이 있다"고 확신에 차 말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나 미야자키 하야오의 '이웃집 토토로', '월령공주'처럼 재미와 의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습니다. 일본 만화계는 정말 치열한데, 제 만화에는 테마가 있어서 좋다는 이야기를 해요."
그는 국내에서도 2010년 인터넷 포털 다음에 '배준걸의 생채식 다이어트'를 연재해 이름을 알렸고, 매일 12시간 이상 앉아있는 만화가의 생생한 다이어트 체험기는 입소문을 타고 퍼져 2011년에 (김영사 발행)으로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생채식 다이어트 종결자로 tvn '화성인 바이러스'에 출연했으며, 현재도 네이버 카페 '배생다'를 통해 다이어트 식단과 운동법 등을 알리고 있다. 이 카페 회원만 6만6,000명에 이르며 의사, 교수, 모델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다.
배씨는 "더 많은 사람들이 보도록 하기 위해서 만화를 재미있게 그리려고 한다"며 " '에코 만화'가 한국의 후배 만화가들에게도 영감을 준다면 그걸로 족하다"고 말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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