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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안 판단할때 자신의 입지 먼저 고려 결국 해당 스포츠의 자생력 가로막아" "국가대표급 능력과 도덕성이 잣대 출신 문제 삼는건 비좁은 선입견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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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안 판단할때 자신의 입지 먼저 고려 결국 해당 스포츠의 자생력 가로막아" "국가대표급 능력과 도덕성이 잣대 출신 문제 삼는건 비좁은 선입견일 뿐"

입력
2013.01.22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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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계가 연초부터 경기단체장 선거로 뜨겁다. 1ㆍ2월에 대거 몰려 있는대한체육회 산하 가맹·경기단체장 선거에 정치인들이 잇따라 출사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이를 놓고 적절성 논란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당장 28일 치러지는 신임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에 소위 '친박'으로 알려진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이 출마하면서 찬반 논쟁이 가열되는 분위기다.

전문가가들의 의견도 나눠진다. 정윤수 스포츠평론가는 반대 입장이다. 정씨는 "정치인 출신 경기단체장의 궁극적인 목표는 결국 정치적 입지의 강화 아니겠느냐"며 "국제대회에서 큰 성과를 내거나 수익이 증대했을 때 이를 자신의 정치적 이미지 개선용으로 쓰려는 의도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조성식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는 출마자들의 출신 보다는 능력과 도덕성을 중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스포츠는 이제 한 국가와 민족의 정체성을 확인시켜주는 역할을 한다"며 "체육단체장도 이에 걸맞은 정치, 경제, 사회적인 자리로서 대내외적 국가대표급 능력을 갖춘 인물이 돼야 맞다"고 말했다.

"현안 판단할때 자신의 입지 먼저 고려… 결국 해당 스포츠의 자생력 가로막아"

●반대 정윤수 스포츠평론가문제 발생하면 이미지 관리 급급간부 희생양 삼는 등 파행 일쑤스타선수들 사적 동원 빈축도

정치인은 체육 단체장을 맡아서는 안 되는가. 그러한 법은 없다. 소신과 능력이 있다면 누구라도 그 중책을 맡을 수 있거니와 정치인도 예외는 아니다. 어쩌면 '정치인은 순수한 스포츠계에 관여하면 안 된다'는 말이야말로 한국 스포츠의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지나치게 '순수한' 지적일 수도 있다.

가장 이상적인 상태는 해당 종목의 선수 출신이 행정 경력을 쌓고 정치적 조정 능력까지 인정받아 단체장으로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지만 아직 그처럼 소망스러운 여건은 형성되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정치인 아니면 기업인이다. 곧 치러질 대한야구협회(KBA)나 대한축구협회(KFA) 선거 모두 엇비슷한 양상이다.

그 어느 쪽이든 일단 단체장에 취임하게 되면 사무총장 같은 핵심 보직에 이른바 '자기 사람'을 앉혀 놓고 협회나 연맹의 기반을 흔들어 버리는 양상이 자주 있어왔다. 이를테면 한국배구연맹의 경우 몇 년 동안 이 악습의 그늘 아래에서 숱한 비리와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극단적인 병폐가 아니더라도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정치인이나 기업인이 해당 종목이나 단체를 이해의 수단으로 삼을 경우 이를 제어할 방법도 마땅찮다. 누가 되든, 이러나 저러나 현황이 개선될 여지가 없으니 정치인이라고 해서 출마의 제한을 받을 이유도 없다는 게 나의 씁쓸한 현실 인식이다. 그러나 그렇기는 해도 다시 엄격하게 살피건대 정치인의 단체장 출마에 대해 나는 반대한다.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먼저, 정치인들은 해당 종목의 발전을 위해 중앙 정계에 '영향력'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스포츠가 그런 관행으로 성장했다. 바로 그런 생각, 그런 관행, 그런 사고가 자생력을 가로막아 왔다.

다음, 정치인 출신 단체장이 더러 해당 종목의 저변과 경기력을 발전시키는데 역할도 했지만, 그 개인의 궁극적 목표는 결국 정치적 입지의 강화이다. 이는 상황이 좋을 때나 그렇지 않을 때나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국제대회에서 큰 성과를 내거나 수익이 증대되거나 할 때에 정치인 출신 단체장들이 이를 자신의 이미지 개선용으로 쓰려고 한다. 문제는 좋지 않은 일이 벌어졌을 때다. 정치인 출신 단체장은 그 사태가 자신의 정치적 이미지나 입지를 위협하는 쪽으로 불거질 것을 염려하여 대단히 파행적인 조치를 취한다. 선수 출신 간부들을 희생양으로 삼아 위기를 모면하려 한 일이 적지 않았다.

이러한 위험성을 잘 보여준 사례가 대한축구협회 정몽준 명예회장의 경우다. 그는, 많은 정치인들이 벤치마킹 사례로 생각할 만큼, 축구의 대중성과 월드컵 4강 신화를 발판으로 재벌 2세 혹은 울산 지역구 의원에서 유력 대선 주자로 발돋움했다. 그는, 특히 2008년의 총선에서 보듯이, 축구협회의 주요 간부와 스타 선수들을 선거 유세장에 자주 동반시켜 빈축을 사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 후임자인 조중연 회장은 정몽준 명예회장이 "어려운 때 도와주고 자생력이 생기도록 지원을 해준 경우"라고 말한다. 지난 해 11월, 어느 일간지와 가진 인터뷰 내용이다. 덧붙여 말하기를 "정치인이 하면 안 된다. 축구는 정치하고 분리하려는 게 절대적인 국제축구연맹 정신이다. 정치인은 정치하기도 바쁜 분들"이라고 했는데, 이는 현장 축구인들의 현실 인식이나 일반 축구팬의 상식적 판단과 너무도 거리가 먼 발언이다. 바로 이 점이다. 정치인 출신이 체육 단체장을 맡을 경우, 단기적인 성과는 있을 수 있어도 娩?종목 사람들이 평생을 걸고 장기적으로 가꿔가는 풍토는 이뤄지기 어렵다. 늘 막강한, 혹은 더 막강한, 혹은 새로 들어선 정부에서 막강하게 떠오른 누군가를 찾게 된다. 그리고 그 '막강한' 정치인은 각종 현안을 대하는 최종 심급에서 자신의 정치적 이미지와 입지를 고려하게 되며 결과적으로 그 모든 것을 '순수한 마음으로 도와주려고 한 것'이라는 식으로 정리한다. 이렇게 해서는 한국 스포츠가 정치적 독립성과 경제적 자생성을 가꾸기 어렵다. 그래서 반대한다.

"국가대표급 능력과 도덕성이 잣대… 출신 문제 삼는건 비좁은 선입견일 뿐"

●찬성 조성식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해당 종목 전문성 못지않게 정치·경제·사회적 파워는 필수마당발 네트워킹 겸비도 중요

정치인 출신? 기업인 출신? 선수 출신? 경기단체장 선거를 앞두고 다시금 후보자들의 '출신'이 이슈화되고 있다. 후보자들이 걸어온 길이 향후 경기단체의 미래와도 연결될 수 있다는 의미에서 그들의 출신은 갑론을박의 충분한 대상이다. 그러나 이러한 출신에 크게 초점을 두고 문제를 삼는 것은 자칫 후보자의 '능력'이라는 중요한 잣대와 '도덕성'이라는 엄격한 잣대를 희석시킬 우려가 있다.

체육계에서 종종 주장되어왔던 요구 가운데 하나가 체육인 출신 경기단체장과 체육인 출신 체육기관장이다. 이러한 주장의 기저에는 해당 종목에 대한 전문성을 강조하는데 있다. 운동을 전문적으로 해보고 은퇴 후 관련 종목 단체에서 일을 해본 경험이 있다는 것은 충분한 장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글로벌 시대에서 우리에게 '국가'와 '민족'이라는 정체성을 확인시켜주고 북돋아주는 것이 스포츠라는 점을 필자는 주목하고 싶다. 그러기에 이러한 글로벌 콘텐츠를 이끌어가는 '대한민국' 스포츠의 단체장은 후보자의 출신이란 과거적 이야기보다는 능력과 도덕성이라는 현재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기준에서 선출되어야 한다.

후보자는 글로벌 경쟁에서 대한민국 스포츠를 이끄는 역할에 걸맞은 '대내외적 국가대표급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즉 대외적으로 현재 해당 종목 국제스포츠계에 명망 있는 인지도가 있거나, 아니면 취임 후 최소한 몇 개월 내에 그러한 명성을 국제스포츠계에서 얻을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뛰어난 의사소통 능력과 타고난 친화력, 국제 감각, 그리고 자신감 있는 안면외교를 펼칠 수 있는 인물이 요구된다. 경기단체장 후보자들 모두에게 쉽지 않은 기준 능력이지만 누가 가장 이에 근접할 수 있는가를 가늠해보아야 한다.

또한 대내적으로 국가대표급 마당발적인 네트워킹 능력이 있어야 한다. 해당 종목 국가 스포츠를 관장해야 하기에 정치, 경제, 사회 각 분야의 리더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발전시키고 각 분야의 자원들을 동원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풀 뿌리 스포츠에서 프로스포츠까지의 발전과 국가대표팀 전력 강화, 그리고 국제스포츠외교는 정치적이고, 경제적이고, 그리고 사회적인 거시적 맥락에서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대내외적인 능력은 바로 '인물론'과 직결된다. 1970년대 이후 40여 년간 뛰어난 인물이었던 사람들이 주요 종목 경기단체장이었던 점은 '국가대표급 능력'이 매우 중요한 요건임을 반증하는 것이며, 그만큼 경기단체장 자리는 '정치적이고, 경제적이고, 사회적인 자리'임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국가대표급 능력이 중요한 기준이라면 '스포츠 세계의 국가대표급 도덕성'은 엄격한 기준이 된다. 국가대표팀 하나를 가지고 수십억 원 또는 수백억 원의 돈이 오고 가는 단체의 수장이기에 돈에 관한 도덕성, 그리고 그러한 돈을 다루는 협회 임원과 직원들의 청렴성을 강조하고 강요할 덕망과 책임감을 떳떳이 갖춘 사람이어야 한다. 페어플레이와 스포츠맨십을 상징적 이상으로 두는 스포츠 세계에서 국가대표급 도덕성은 오히려 후보 검증의 당연한 기준이 된다. 하지만 이러한 도덕성은 앞서 말한 '능력'과 종종 양립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으며, 객관적인 잣대로 파악하기도 힘들다. 이에 경기단체장 후보들 모두, 회장에 선출될 경우 어떠한 도덕적 윤리경영을 할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공약으로 제시해야 한다.

이런 '국가대표급 능력'을 갖추고 '국가대표급 도덕성'을 겸비하고 지킬 약속을 한다면, 후보자의 '출신'은 투표에 임하는 사람들이나 스포츠를 사랑하는 이들이 초월해야 할 작은 선입견에 불과하다. 지상 최고의 글로벌 콘텐츠인 스포츠 세계에서 리더는 스포츠에 대한 당연한 열정 못지않게 정치적 파워와 경제적 파워를 갖추고 그 파워를 통해 많은 자원을 동원할 수 있어야 한다. 글로벌 이벤트에서 국가의 상징적 힘의 과시가 되어버린 스포츠, 그 스포츠의 협회장 자리. 좁게 생각하기에는 너무도 큰 위치가 되었고 우리가 무관심하기에는 너무도 중요한 지위가 되었기에, 후보자의 출신을 뛰爭耭?국가대표급 능력과 도덕성을 철저히 가늠해야 하는 지혜가 요구된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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