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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어떻게 '괴물'이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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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어떻게 '괴물'이 됐나

입력
2013.01.22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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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힘은 실로 가공스럽다. 더욱이 통제되지 않은 권력은 폭력이나 다를 바 없다. 총체적인 부실 덩어리로 드러난 4대강 사업 감사결과는 그 평범한 사실을 다시금 확인시켜준다.

4대강 사업은 애초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다. 22조원이라는 천문학적 액수의 돈 때문만은 아니다. 유유히 흐르던 물길은 거대한 보로 막히고, 모래밭과 버드나무, 갈대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무참히 파괴된 환경과 생태계 교란의 후유증은 오래도록 이어질 것이다.

모체는 한반도 대운하였다. 한반도를 길게 관통하는 운하를 만들어 물류혁명을 꾀한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다. 그러나 비현실적이고 시대착오적인 구상은 취임 후 여론의 반대에 부딪쳐 무산됐다. 그러더니 몇 달 후 뜬금없이 녹색 분칠을 하고 등장한 게 4대강 사업이다. 하지만 이름만 바꿨을 뿐 강바닥을 준설하고 보를 건설하는 본질은 그대로였다. 누가 봐도 대운하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여건이 되면 다시 추진하겠다는 속내가 보이는 꼼수였다.

밀실작업으로 급조되다 보니 부작용과 문제점을 깊이 고민했을 리 만무하다. 사업 추진 발표, 기획단 구성, 마스터 플랜 확정, 사업자 선정 및 착공까지 이 모든 과정이 불과 반년 만에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초대형 토목공사에 따르는 환경영향 평가와 예비타당성 조사와 같은 절차는 있으나마나였다. 제대로 된 토론회 한 번 열린 적이 없다.

대통령의 한 마디 지시에 권력에 대한 비판과 견제라는 민주주의 원칙은 무용지물이었다. 국회를 장악한 집권 여당은 대통령의 독주를 막기는커녕 거수기에 불과했다. "공무원은 영혼이 없는 존재"라는 말이 있긴 하지만 환경에 대한 악영향을 막아야 할 환경부는 아무런 제동도 걸지 못했다. 정부의 의뢰로 연구결과를 수행한 한 교수는 4대강 사업으로 녹조 현상 발생 등 수질 오염이 예상된다는 결론을 냈다 핀잔만 들었다. 시민단체의 현장 조사는 방해를 받기 일쑤였고 비판 세력에 대한 고소ㆍ고발도 난무했다.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을 업으로 하는 언론이 본연의 역할에 충실했는지도 짚어 볼 필요가 있다. 엄청난 규모의 사업에 걸맞게 양과 질에서 장단점과 타당성, 찬반여론 등을 심층적으로 보도했다고 자부할 수 있을까. 보수언론 등 상당수의 언론은 사실 관계를 보도하는 것조차 인색했다. 그러니 강을 준설하고 보를 만들어 물을 가뒀을 때 과연 수질이 개선되는지 아니면 나빠지는지, 홍수 예방과 물 부족 해소에는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 등에 대한 검증은 기대난망이었다. 대부분의 언론이 궁금증을 풀어주지 못하다 보니 국민들도 뚜렷한 견해를 갖기 어려웠고, 결국 나라 전체가 한때 무지의 영역에 빠진 것은 아닌지 되새겨 볼 일이다.

황우석 사태 때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황우석 박사는 세계 최초의 젖소복제에 성공했다고 발표해 그야말로 혜성처럼 언론에 등장했다. 슈퍼 젖소 '영롱이'의 탄생에 대중들은 열광했다. 하지만 그런 엄청난 연구에 논문이 없었다. 아빠 젖소도 공개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언론은 아무런 의문을 갖지 않았을 뿐 아니라 검증할 생각조차 없었다. 백두산 호랑이 복제 계획과 광우병 내성소 개발 소식을 쏟아냈을 때도 보도자료를 옮기기 급급했을 뿐 진위를 확인하지 않았다. 세계적인 망신거리가 된 인간 배아줄기세포 사기극은 두말 할 것도 없다. 국민의 눈과 귀가 돼주어야 할 언론이 제 역할을 못했을 때 어떤 결과가 생기는지, 어떤 것이 진정한 국익인지를 생생하게 경험하고 깨달았다.

이런 일들이 박근혜 정부에서도 되풀이되지 않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언론이 비판과 감시를 소홀히 하고, 관료들이 아닌 걸 아니라고 말하지 못하면 어느 정권, 어느 정부에서도 유사한 일이 반복될 수 있다. 권력은 언제 고삐가 풀릴 지 모를 망아지와도 같다. 늘 고삐가 풀리지 않았는지 눈을 부릅떠야 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그 최전선에 언론이 서 있어야 한다.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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