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5분대(對) 302분.
'테니스 요정' 마리아 샤라포바(26ㆍ러시아ㆍ랭킹2위)가 2013 호주오픈테니스 준결승까지 5경기에 쏟아 부은 시간과 남자부 디펜딩 챔피언 노박 조코비치(26ㆍ세르비아ㆍ1위)가 지난 21일 16강전 단 1경기에 들인 경기시간이다. 샤라포바는 앞서 4경기를 치르는데 총 249분(4시간9분)만 땀을 솟은 데 이어 22일 열린 8강전에서도 66분만에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5경기 합쳐 5시간15분이 걸렸고, 9게임만 상대에게 허용했다. 웬만한 남자부 한 경기에서 주고 받는 게임보다도 훨씬 적은 수치다. 더구나 1,2라운드에선 단 한 게임도 내주지 않는 베이글 스코어(6-0)를 장식했다.
조코비치가 사투를 펼치고 있는데 반해 샤라포바는 몸풀듯 낙승을 거두고 있는 셈이다. 남자경기가 5세트, 여자가 3세트제로 승부를 가리기 때문에 동등비교 자체는 어렵지만 니콜라이 다비덴코(러시아)와 질 시몽(프랑스) 등 일부 남자선수들 사이에 "여자도 5세트로 경기를 하던지, 아니면 남자가 상금을 더 많이 받아야 한다"는 볼멘 소리가 터져 나오는 이유다.
샤라포바가 호주 멜버른파크 로드레이버 경기장에서 열린 여자단식 8강전에서 왼손잡이 에카테리나 마카로바(25ㆍ러시아ㆍ19위)를 세트스코어 2-0(6-2 6-2)으로 일축하고 4강에 합류했다.
경기시작 1시간6분만에 끝난 샤라포바의 완승이었다. 이번 대회 샤라포바의 초고속 행진은 사실 대진운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8강전까지 이렇다 할 경쟁상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한 수 아래의 상대와 맞섰기 때문이다. 비너스 윌리엄스(33ㆍ미국ㆍ26위)와의 3라운드가 그나마 '고비'였지만 79분만에 싱겁게 2-0으로 완파했다. 이날 마카로바와의 8강전도 긴장감을 전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압승을 거뒀다. 190㎝에 가까운 장신임에도 샤라포바는 높이 점프를 해서 포핸드를 내리꽂아 상대의 기를 죽였다. 라인을 파고드는 각도 큰 샷도 수시로 터져 나왔다.
하지만 샤라포바의 대진운은 여기가 끝이 아니다. 준결승 상대가 리나(31ㆍ중국ㆍ6위)이기 때문이다. 샤라포바는 리나와의 상대전적에서 8승4패로 앞서고 있다. 지난해엔 3차례 모두 승리를 거두기도 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샤라포바의 우위를 점치고 있다.
리나는 앞서 열린 경기에서 아그니에슈카 라드반스카(24ㆍ폴란드ㆍ4위)를 2-0(7-5 6-3)으로 따돌리고 준결승에 먼저 이름을 올렸다. 2011년 프랑스 오픈 우승 이후 2년 만의 메이저대회 준결승 진출이다.
남자부 경기에선 랭킹 5위 다비드 페레르(31)가 11위 니콜라스 알마그로(28ㆍ이상 스페인)를 상대로 3시간44분 혈투 끝에 3-2(4-6 4-6 7-5 7-6 6-2)역전승을 거두고 가장먼저 4강에 진출했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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