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이 나와도 그 때만 잘 넘기면 되요. 한 번 걸려 영업정지 처분 받아도 한 달만 넘기면 또 다시 문을 열 수 있어 단속에 크게 개의치 않아요." (강남 K 풀살롱 관계자 A씨)
최근 경찰과 구청이 대대적으로 불법성매매와의 전쟁을 벌이며 업소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술과 함께 성매매를 알선하는 이른바 '풀살롱'과 변종성매매업소들의 화려한 네온사인은 꺼지지 않은 채 빌딩 숲 사이에서 버젓이 성업 중이다.
22일 강남경찰서와 강남구청에 따르면 이른 바'풀살롱 특구'로 불리는 삼성동 등 강남구 전역에 호텔이나 숙박업소와 연계해 불법성매매를 제공하는 대규모 공장형 업소가 10여 곳에 달하고 변종성매매업소 역시 100여 곳에 이른다.
구청의 대대적인 단속에도 강남의 대로변에 위치한 빌딩과 오피스텔 등에서 이들 업소의 영업이 성행하는 이유는 단속에 적발된 업소에 부과되는 행정처벌의 강도가 지나치게 약하기 때문이다.
강남구는 지난해 7월 성매매 근절을 위해 TF팀을 만들어 매일 밤 8시부터 새벽2시까지 유흥업소 밀집 지역을 집중 단속하며 6개월간 불법성매매업소 등 불법퇴폐업소 345곳을 적발했지만 이 중 아예 영업을 할 수 없게 하는 행정처벌인 영업취소 처분을 받은 곳은 겨우 7곳에 불과하다. 이는 영업취소 처분을 받기 위해선 식품위생법상 한 업소가 1년에 3차례 단속에 적발돼야 하기 때문이다. 업소가 1회 단속에 적발되면 1개월간 영업정지 처분을, 2회 적발될 경우 2개월, 3회 적발되면 영업허가취소처분을 받게 된다. 정지기간 역시 기껏 한, 두 달인데다 취소처분 역시 1년 안에 연속적으로 적발이 돼야 가능해 업소 관계자들로서는 이 같은 단속 조치를 '솜방망이 처벌'로 간주할 정도이다.
최근 강남 삼성동에 9층짜리 빌딩 전체를 빌려 풀살롱 영업을 하다 경찰에 적발된 풀살롱 2곳의 경우, 강남구청은 22일 이 중 건물 지하 1층에서 영업을 하던 B업소에만 영업 폐쇄 조치를 내릴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같은 빌딩 지상4~5층에서 영업한 C업소의 경우 최근 1년간 2차례만 적발돼 단 2개월간 영업정지처분이 내려질 예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들 업소는 한, 두 달간 영업을 쉬더라도 이내 재개장하는 실정이다. 강남에서 풀살롱을 운영했던 한 업주 K씨는 "대형 풀살롱 업소의 경우 초기 투자비용이 최소 30억원 들지만 입소문만 나면 하루에 1,000만원 수익 올리는 건 식은죽 먹기"라며 "영업정지 기간을 대폭 늘리거나 1년 안에 3회 적발돼야 한다는 처벌 규정이 강화되지 않는 한 초기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몇 개월 쉬더라도 영업재개는 당연한 수순"이라고 밝혔다.
이들 업소는 경찰 또는 구청에 단속을 걸리더라도 실제 행정처분을 받을 때까지 법원에 소송을 제기, 영업정치 처분을 최대한 피하려는 꼼수를 쓰기도 한다. 서울 강남의 R호텔의 경우 2009년 4월 불법성매매 장소를 제공해 준 혐의로 경찰에 적발돼 영업정지처분이 내려졌지만 호텔 측이 법원에 영업정지 집행정지 소송을 냈고, 2012년 5월 대법원이 구청의 손을 들어줄 때까지 3년간 버젓이 영업을 계속했다.
구청 관계자는 "행정절차법상 구청에서 불법영업을 한 업소에 대해 영업정지 등 행정처벌을 내리더라도 업소 측에서 법원에 소송을 내 처분을 피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성매매로 적발된 업소만이라도 즉시 처벌할 수 있는 예외 조항이 필요하지만 업주의 재산권과 인권 문제 때문에 구청이나 시에서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엄두도 못 내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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