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의 취임선서는 행정부 역할을 규정한 헌법 2조에 근거한다. 2조 8항은 대통령은 직무 수행을 시작하기에 앞서 다음과 같은 선서를 해야 한다며 "나는 합중국 대통령의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나의 모든 능력을 다하여 합중국 헌법을 지키고 보호하며 수호할 것을 엄숙히 선서합니다"는 문구까지 지정했다.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부터 버락 오바마까지 44명의 역대 대통령들은 모두 35개 단어로 된 선서문을 낭독하는 것으로 공식 임기를 시작했다. 선서문에 없는 "신이여 저를 도우소서"가 선서 마지막에 붙는 것은 워싱턴 대통령이 처음 사용한 이후 관례로 돼 있다. 선서할 때 오른손을 들고 왼손을 성경 위에 올리는 것도 헌법에는 없지만 워싱턴 대통령 때부터 내려오는 전통이다. 그러나 "신이여 저를 도우소서"라는 문구와 성경에 왼손을 얹고 선서하는 것은 정교분리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란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은 이 문구를 빼고 취임선서를 했다. 이번에도 일각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선서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선서 때 사용하는 성경은 대통령 당선인이 선택하지만 보통은 워싱턴 대통령이 처음 사용한 1767년판 성경책을 사용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4년 전 취임 때는 1861년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사용한 것을 이용했다. 그러나 21일 취임식에서는 링컨 대통령의 성경과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쓰던 성경의 2권에 왼손을 올리고 선서했다. 올해가 링컨 대통령이 노예해방을 한지 150주년이고, 킹 목사가 흑백분리를 금지하는 민권법 통과를 위한 '워싱턴 행진'과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라는 유명 연설을 한지 50주년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취임식이 열린 21일은 킹 목사 탄생기념일이기도 하다. 앞서 20일 백악관에서 열린 비공개 취임선서에서는 부인 미셸의 부친이 1958년 자신의 어머니에게 선물한 성경이 사용됐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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