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 첫날에는 그간 제기된 각종 의혹과 관련한 야당의 파상 공세가 이어졌다. 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관 시절 특정업무경비 유용 의혹 등을 집요하게 따지자 이 후보자는 진땀을 흘렸다. 이 후보자는 일부 민감한 사안에 대해 애매한 답변으로 일관하거나 구체적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질타를 받았다. 이 후보자는 다만 일부 의혹이나 '친일 판결' 논란 등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해명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민주통합당 최재천 의원은 이 후보자의 재산 증식 의혹을 제기하며 "이 후보자는 생계형 권력주의자로, 헌법재판관이라는 최고 권력을 개인의 향락과 가족 호사를 위해 복무하느냐"고 추궁했다. 민주통합당 서영교 의원은 "이 후보자가 자기 것을 다 챙기는 '이돈흡' '흡사마'라는 별명이 있다"고 꼬집었다. 서 의원은 또 TV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의 인기코너인'정여사'를 패러디한 사진 자료를 들고 나와"'바꿔줘''있는 사람이 더해'가 요즘 유행어"라며 "'이 후보자가 항공기 이코노미 좌석을 못 타겠으니 비즈니스 좌석으로 바꿔줘'라는 게 정여사와 마찬가지다"라고 몰아붙였다.
이 후보자는 여러 의혹을 부인하면서도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두루뭉술하게 넘어갔다. 이 후보자는 '항공권깡'의혹과 관련 야당 의원들이 항공권 내역 등의 구체적 자료 제출을 요구하자"검토해 보겠다"며 애매한 입장을 보였다. 그러자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도 "그걸 가져와서 명확히 해명해야지…. 답변 태도를 보면 애매모호하고 뭐가 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자는 해외 출장 중 부인 동반 논란과 관련, "부인 경비는 사비로 부담했다"고 해명하다가 "부인의 숙박비는 출장경비에서 함께 집행한 것 아니냐"는 진보정의당 서기호 의원의 추궁에 "양해해 달라. (다른 사람들도) 100% 다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헌법재판관 재직 시 미국 워싱턴 출장 길에 딸 등 가족과 함께 멕시코 여행을 한 것에 대해서 "연가 안 쓴 게 많아 연가를 신청했어야 하는데 행정 처리가 부족했다. 이 자리를 빌어 사죄 드린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이 후보자는 친일재산 환수와 일본군 위안부의 배상청구 등에 대해 일부 위헌 의견을 내려 '친일 판결' 논란이 제기된 데 대해서 "헌법적 가치에 기초해 판단했다"며 "법률가로서 국민정서나 국민이 바라는 결과에 동떨어진 것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 중요한 가치이지만,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헌법 원리, 법 원칙도 깨지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저의 진의가 위안부 할머니들이나 애국자 여러분께 잘못 전달된 부분에 대해 아주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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